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 기분 따라 행동하다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한 심리 수업
레몬심리 지음, 박영란 옮김 / 갤리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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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감정에는 좋고 나쁨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 대신, 감정에서 야기되는 행동에는 좋고 나쁨의 구분이 명백히 존재한다.”


이 책은 중국의 심리 상담 어플인 ‘레몬심리’에서 나온 단행본 시리즈 중에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어플인 레몬심리는 많은 사용자들이 호소하는 기분 문제 때문에 생기는 관계 고민들을 한눈에 보기 쉽게 책 한 권으로 정리했고 익명 사연을 들어 자가진단방법과 해결법을 함께 실었다. 분량이 적고 읽기도 쉬워 감정소모에 지쳐있는 바쁜 현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자기계발서이다.


레몬심리는 말한다. 모든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라고.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으며, 감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을 존중해야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의 감정도 존중해야한다. 사람의 진면목을 보려면 기분이 안 좋을 때를 살펴야 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알고 있듯이 안 좋은 기분을 잘 소화해 좋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연습이 필요할 정도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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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뚜렷한 입장과 주관을 중심으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다면 누군가 당신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때 선택적으로 무시할 수 있다."


공과 사를 잘 구분하는 일, 감정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성과를 내는 일.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지 않는 일이 어려운 만큼, 직장에서 이를 완벽히 구사하는 사람도 보기 드물다. 반대로 어느 직장에서나 감정에 매몰되어 불필요한 짜증을 부리거나 비효율적인 소통을 하는 사람은 존재하기에, 이런 사람들 때문에 고역을 겪는 일도 숱하다.


나쁜 기분을 거르지 않고 표현하는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함께 일하기 어렵다.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표정에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주변 공기를 어지럽힌다. 하지만 일터에서는 사람을 골라 사귈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입장과 주관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타인의 감정에 전염되지 않을 수 있다. 타인의 기분이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용납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어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이를 통해 타인과 스스로를 분리하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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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공한 여자들이 가면 증후군의 수렁에 빠지기 쉬운데, 여성들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여야 하지만, 그 성취를 자랑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감정에 전염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스스로의 감정에 매몰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타인과는 물질적으로 분리될 수 있지만 자기 자신과는 물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보여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다. 트라우마, 우울, 허전함, 허영, 질투, 분노. 우리는 이 감정들이 우리의 일상을 망치는 것을 언제나 경계하고, 스스로의 상태를 틈틈이 점검해야한다. 소화되지 않은 감정은 우리의 건강이나 인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운동, 취미 등,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체력을 강조한다. 감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쉽게 기력이 빠지고, 예민한 상태가 된다. 이하는 책에 나와 있는 체크리스트이다. 바쁜 일상과 갑갑한 시기에 속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면 스스로의 생활을 되돌아보자.


밥은 제대로 챙겨 먹었나?

요즘 잠은 제대로 잤나?

운동은 좀 하고 있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레몬심리 지음, 박영란 옮김, 갤리온


먼저 감정에는 좋고 나쁨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 대신, 감정에서 야기되는 행동에는 좋고 나쁨의 구분이 명백히 존재한다.


자기만의 뚜렷한 입장과 주관을 중심으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으면 누군가 당신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때 선택적으로 무시할 수 있다.


특히 성공한 여자들이 가면 증후군의 수렁에 빠지기 쉬운데, 여성들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여야 하지만, 그 성취를 자랑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밥은 제대로 챙겨 먹었나?

요즘 잠은 제대로 잤나?

운동은 좀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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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은 가족 - 어느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걸까?
류희주 지음 / 생각정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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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때때로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둥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신질환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 7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세상 모두가 적이 되어도 가족만큼은 네 편’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일어나는 폭력, 너무 친근하기 때문에 터놓기 힘든 속마음은 크고 작은 균열을 만든다. ‘사연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처럼, 아무리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이라고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정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다년간 맞지 않는 관계에 치이다 지쳐 포기한 사람도 있다.


의사로서 많은 환자를 지켜본 저자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포함한 10가지의 정신질환 사례를 다룬다. 정신질환의 개념과 원인, 현실적인 한국 병원의 처방을 알기 쉽게 설명하여 오해와 궁금증을 동시에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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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환자 본인에게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낯선 세상에서 사는 두려운 경험이고, 보호자에게는 언제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면서도 환자의 보호자가 되어야만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주는 질환이다." 308


고름은 쌓이면 언젠간 터지게 되어있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인은 서서히 망가져간다.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대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가족문제에 얽힌 정신질환에 있어서 ‘완벽한 가해자’나 ‘완벽한 피해자’는 대부분 존재하지 않기에 발병의 모든 원인을 특정 누군가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힘들다. 좋은 어머니가 되고 싶어 자식들에게 강한 집착을 보인 모친에게 시달리다 조현병에 걸린 동생 철수를 구출하기 위해 어머니처럼 철수를 통제하기 시작하는 형 영수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남은 것은 어그러진 관계와 환자뿐이다.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난 환자를 받아줄 사회 또한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노골적으로 타인을 차별하는 시선은 줄었지만, 그만큼 악랄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나타나는 혐오는 여전하다. 우리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해결해야할 문제는 아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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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몸이 부모의 통제 아래 있다고 느끼며, 거식을 하는 것은 개성 있고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 98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나의 몸을 품평하는 아버지의 말과 가끔씩 듣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나의 자존감은 바닥이었다. 하루에 한 끼 먹고 두 시간동안 운동하는 생활을 지속하여 10 킬로그램을 감량하고 나서도 나는 먹는 양을 더욱 줄였다. 반 끼도 안 되는 양으로 하루를 버티는 생활을 계속했다. 커피만 마셔도 배가 불렀다. 빈혈이 심해 아침에 일어날 수 없게 되었고, 경각심이 생겨 밥을 챙겨먹어도 양치를 하며 게워내는 습관이 생겼다. 샤워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나서야 이 악순환을 끊을 결심을 했다. 식습관은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의 소식을 듣고 나서야 부모님의 잔소리는 멈추었다.


다행히 만성화되지 않은 나의 짧은 식이장애는 전적으로 나의, 혹은 부모의 책임이었을까. 소셜미디어의 ‘프로아나’유행. 유행어 ‘먹토’. 일부 특이한 사람들의 기행이라 치부하기에 우리 사회는 집단 다이어트 강박을 종용하는 것처럼 살에 민감하다. 그뿐 아니라 무시와 평가가 난무할 정도로 폭력적이다. 폭력에 익숙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는 언제 어디서부터 만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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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치매 판정을 받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자식들의 환한 얼굴. 치매가 바꾸는 것이 환자의 인격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167


‘가족’이라는 단어에는 그만큼 특별한 유대관계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병명은 가족》이라는 제목은 그만큼 파격적이다.


우리나라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자주 말해지는 엄하고 과묵한 아버지와 자식만 바라보는 어머니의 조합은 어떻게 봐도 건강한 환경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자식이 부모와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족의 이름은 허울뿐일지도 모른다.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보일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의 약물을 훔치는 딸의 이야기, 유산을 받기 위해 부모의 치매 판정을 종용하는 아들의 이야기. ‘어떻게 가족이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는 점이 참 씁쓸하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경각심과 공감이 함께 밀려오는 책이다.


《병명은 가족》 류희주 지음, 생각정원



부모가 치매 판정을 받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자식들의 환한 얼굴. 치매가 바꾸는 것이 환자의 인격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 P167

특히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몸이 부모의 통제 아래 있다고 느끼며, 거식을 하는 것은 개성 있고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 P98

조현병은 환자 본인에게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낯선 세상에서 사는 두려운 경험이고, 보호자에게는 언제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면서도 환자의 보호자가 되어야만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주는 질환이다. - P308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때때로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둥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신질환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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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2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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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걷는사람 시인선 39
윤석정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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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의 음악

 

두통

머리가 아프다 날마다 잠이 부족하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머리가 깨지면 죽을 수 있다 추워서 더워서 죽겠다 좋아서 미워서 배불러서 배고파서 우리는 죽겠다 도돌이표 그렇게 죽으면 세상에 살아남을 사람이 없다 우리는 죽는다 죽을 것 같다 도돌이표 살아야 한다는 변주곡을 듣는다 풍진 세상의 아픈 도돌이표

 

-

 

곱씹고 이해하고 공감의 곁을 내어주며 스스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 안부를 묻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서 그렇게 존재해가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운 것 같은 시가 모인 시집이다.

 

생활 속 사소한 에피소드에 대한 고찰. 과거의 인연에 대한 그리움, 가족과 그 이별 속에서 휘몰아치고 이내 소화되는 감정들. 외로운 사람들의 안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진솔한 표현으로 쓰인 시를 하나하나 읽으며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작업이 끝나자 시집도 끝났다.

 

아래는 제일 공감이 갔던 시이다.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지우지는 못하는 쌓여만 가는 연락처들. 정리를 하려고 해도 가물거려 손대지 않은지 벌써 몇 년이 지나버린 막연함.

 

-

 

미지의 나날

 

나이를 들어도

비슷비슷한 나날들의 미묘한 차이를 몰라

나는 차이에서 막막하고 나날에서 막연하다

나날들의 이름에 얼굴이 있을 텐데

내가 알 수 없는 얼굴들은 어둡다

 

휴대 전화의 이름을 들여다보다가

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도

동명이인의 얼굴들이 마구 겹쳐도

혹여 그가 최초의 내 얼굴을 이미 삭제했더라도

나는 알 수 없는 얼굴들의 이름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이름은 미지이므로

때때로 해묵은 일기장 속의 얼굴들이

영영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저편처럼

점점이 어두워지고

내가 관통했던 시공의 얼굴들은 검정으로 변했으므로

 

하여 내게 미지의 나날은 검정

미지의 이름은 최초의 어둠

영혼은 투명

나의 얼굴에 영혼이 담겨

나의 이름도 투명이어야 될 텐데

나이가 들수록

최초의 얼굴들은 밥 먹듯 나날을 바꾸더니

막막하고 막연한 생이 된다

 

-

 

혼자가 익숙한 사람, 혼자가 익숙해져야 하는 사람. 안부를 물어봐주길 바라며 남의 안부를 묻는 수고를 하느라 진이 빠지는 기분과 오롯이 혼자서 견디는 것에 지쳐 누구에게도 손을 뻗지 못하는 기분까지 자극되었다. 젊을 때부터 점점 늙어가며 쌓인 현실에서 살아남은 감상을 오롯이 담은 시.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윤석정 지음,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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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11 : 접속 - Over the line
김중혁 외 지음 / 언유주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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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접속이란 뭘까? 늘상 하고 있는 행동 혹은 상태임은 분명한데 뭐라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렵다." 11 (Editor's letter, 김희라)

 

팬데믹은 모두의 상식을 뒤집어놓았다. 칩거는 게으름이 아닌 책임감의 증명이 되었고, 외출은 부지런함이 아니라 위험함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게 2020년이 끝났다. 그리고 힘들게 보낸 1년과 달라지지 않은 새로운 1년이 시작되었다. 아무런 근거는 없지만 왜인지 모두는 2021년이 시작되면 이 상황이 어떻게든 끝나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회는 여전히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개인은 고립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온라인 세상에서 언제나 타인과 접촉하는 일상. 분명히 혼자 있지만 진정한 혼자가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잡지는 접속의 새로운 개념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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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오히려 이 둘의 경계를 애써 나누려 하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보다 우리의 '있음'이다." 95 (모든 것도, 아무것도, 주단단Z)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접속. 이미 일정부분 현실과 섞여버린 온라인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온라인 세상에서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구축한 페르소나를 자신과 동일시하지만, 타인의 페르소나와 현실과의 괴리는 예민하게 잡아내어 혼란스러워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두 남녀가 온라인상에서 사랑을 키우다 계정 뒤에 숨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이별하는 현실적인(?) 스토리를 담은 김민혜 작가의 <너는 나를 사랑했을까>는 온라인에서 시작되는 만남에 익숙해지면서도 계정 건너편 사람이 자신이 기대한 사람과 다를까봐 걱정하는 우리들의 불안을 콕 꼬집는다. 인터넷은 어디까지가 허상일까,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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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고립 이야기를 좋아할까? () 내 생각엔, 우리 마음속에 접속을 끊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17 (고립된 세계, 김중혁)

 

다양한 작가의 에세이, 소설, 서평, 작품을 접하다보면 이 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암울하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립은 외롭고, 길어지면 건강에 좋지 않다. 아무리 혼자가 익숙한 인간이어도, 인터넷만 있으면 며칠이고 밖에 나가지 않는 인간이어도 가끔씩은 소중한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렇기에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고립은 당황스럽지만, 그리 나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진정한 휴식과 성장을 위해서는 고립이 필요하다. 여러 차원의 접속이 포화상태였던 우리에게 찾아온 고립은 곧 휴식이 아닐까. 피할 수 없으니 이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인터넷은 휴식이 아니라 창조의 관점에서도 무궁무진한 즐거움과 가능성을 감추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스갯소리 취급당한 결심이 오히려 힘을 낼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103 ('잃어버린 서지'를 찾아서!, 김신철)

 

 

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11 : 접속 - Over the line

 


"접속이란 뭘까? 늘상 하고 있는 행동 혹은 상태임은 분명한데 뭐라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렵다." (Editor‘s letter, 김희라) - P11

"지금은 오히려 이 둘의 경계를 애써 나누려 하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보다 우리의 ‘있음‘이다." (모든 것도, 아무것도, 주단단Z)

- P95

"우리는 왜 고립 이야기를 좋아할까? (…) 내 생각엔, 우리 마음속에 접속을 끊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고립된 세계, 김중혁)

- P17

"우스갯소리 취급당한 결심이 오히려 힘을 낼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잃어버린 서지‘를 찾아서!, 김신철)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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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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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O)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29 

 

이 책은 편도체의 발달이 더딘 한 아이가 소중한 인연을 만들며 감정을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한 아이의 죽음을 목도하는, 청소년 소설이라기에는 과격한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독특한 설정과 흡입력 있는 문장이어서 단숨에 읽었다. 폭력과 차별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도 정상적이고 평범한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양심과 상식을 죽이고 남과 맞추어 행동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는 참으로 이질적이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학교폭력, 살인, 상해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예민한 독자는 주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

 

"로봇이라며? 아무것도 못 느낀다며, ?" 133

 

태어날 때부터 무딘 감성을 지닌 주인공에게 타인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니 자신도 필요 이상으로 이해할 필요 없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엄마와 할머니의 죽음 이후로 혼자가 된 주인공에게 감정을 배우는 계기를 만들어 준 캐릭터는 셋이다. 혼자가 된 주인공의 생계를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 이웃 심 박사’, 주인공을 괴롭히면서도 주인공의 편견 없는 시선에 호기심을 가지는 곤이’, 첫사랑 도라’.

 

그 중에서도 곤이와의 만남은 주인공이 처음으로 감정을 경험하는, ‘호기심죄책감을 자각하는 계기를 주었다. 불량학생인 곤이는 거칠고 삐뚤어졌지만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린 아이이다. 그는 주인공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편견 때문에 소외당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주인공에게 먼저 다가간다. 주인공과 곤이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마음속에서 서로의 존재는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커지고, 주인공은 곤이의 극단적인 선택(가출)을 막기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245

 

청소년 성장물에서 흔하게 보이는 전개이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주인공의 눈으로 보는 주변 사람들, 특히 어른들의 시선과 행동, 그리고 사회를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주인공에게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붙이지만 주인공이 보기에 이상한 것은 자신을 제외한 주변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고립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하며, 공감과 교감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양날의 칼처럼, 집단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 종종 폭력에 눈을 감거나 폭력에 동참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것은 너무나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장면이라, 많은 사람들은 의 일이 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공감을 이용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이것을 가짜 공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절대로 그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답지 않다며 주변에서 차별과 괴롭힘을 받은 주인공의 선언은 독자들에게 머리로만 생각하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진정한 공감이 아니라는 커다란 메시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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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여전히,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다. (...)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252

 

무표정한 학생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의 표지, 표지와는 동떨어진 듯한 제목은 소설의 내용이 무엇인지 추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완독 후에는 이 표지와 제목이야말로 소설에 매우 적절했다고 느낄 것이다. 머릿속의 작은 아몬드의 오류로 인해 주인공은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었지만, 가슴을 울리는 경험과 만남을 통해 주인공은 마지막에 스스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에 이른다. 혼자가 된 주인공이 길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 이웃 심 박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

 

주인공의 가족을 제외하고, 심 박사는 작중에서 주인공을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한 유일한 어른이다. 심 박사는 주인공의 고민과 생각들을 진지하게 들었으며, 주인공과 함께 고민했고, 주인공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주인공을 대하는 심 박사의 태도를 통해 자신보다 어린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과도한 간섭 대신 주인공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안전하고 편안한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 심 박사의 태도는 곤이를 대하는 윤 교수의 태도와 대비된다. 진심을 다해, 하지만 적당히 담백하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 지녀야 할 태도일 것이다.

 

아몬드손원평 지음, 창비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 P29

"로봇이라며? 아무것도 못 느낀다며, 너?"

- P133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 P245

그리고 난 여전히,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다. (...)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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