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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평점 :
"말하듯이 글을 써야 자연스럽게 읽혀서 좋다고들 하지만, 여기서 '말하듯이'는 구어체로 쓰라는 뜻이지 말로 내뱉는 대로 쓰라는 건 아니다." 85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고쳐야 한다. 논문, 과제, 취미, 이메일 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종류의 글을 쓰고 고친다. 교정 교열 작업은 참으로 번거롭다. 어떤 면에서는 글을 처음 쓸 때보다도 고통스럽다. 완벽한 글을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글을 되풀이 해 읽을 때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데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보면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과거의 자신을 때리고 싶어질 때도 있다. 나는 이것을 ‘오타 질량의 법칙’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아무리 고쳐도 모두가 행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아 슬퍼질 때도 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한국어 어문 규범 1조 1항이다. 소리대로 적는 건 간단해보여도 언제나 어법이 문제다. 띄어쓰기, 용언 활용형, 동사의 명사형 등,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선 신경조차 쓰지 않던 것들이 글로 쓰면 이상해보일 때가 있다. 맞춤법에 맞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어색해보여 곤란할 때도 있다. 글을 쓰는 모두는 ‘제대로 된 문장’을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문장’이란 대체 무엇일까? 맞춤법을 다루는 책을 읽어보아도 어렵고 복잡한 규칙들과 수많은 예외들이 머릿속을 점령하기만 하지 ‘내 글에 딱 맞는 문장’은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이 책은 막막해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16년에 나온 이 책은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라는 카피를 배신하지 않는 실용적인 교정교열 책이라 입소문을 탔고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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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문장에 '있다'가 거의 중독 수준으로 남용된다는 걸 말해 주는 문장들이다." 60
이 책은 교정교열 전문가가 쓴 책이다. 그래서인지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교정교열시 주의해야하는 표현,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표현을 비롯해 고치면 더욱 나아질 수 있는 문장들을 모은 잘못된 예시와 수정된 예시를 비교하는 구성을 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표현, 필요 없는데 어딘가 허전해서 덧붙이는 표현, 구체적인 표현 대신 선택하는 ‘있어 보이는’ 표현. 수정한 문장을 보고 나서야 처음 문장이 어색한 문장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스스로의 언어생활을 되짚게 된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문법 개념들을 쉽게 풀어내었고 길어지면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을 짧게 쪼개 소화하기 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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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장은 다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것처럼 말이죠." 102
맞춤법을 다루는 꼭지가 끝날 때마다 문장에 대한 고찰이 담긴 짧은 흥미로운 소설 꼭지가 배치되어있다. 교정교열 작업의 실무와 전문가가 원고를 보는 시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소설은 주인공-저자의 이메일로 과거에 교정교열 작업을 한 책의 저자인 ‘함인주 작가’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의문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주인공은 함인주 작가가 이미 책으로 출판된 자신의 문장에 대해 ‘이상했나요?’가 아닌, ‘이상한가요?’라고 현재형으로 질문했다는 것에 의문을 제시하며 ‘올바른 문장’, ‘문장을 보는 시각’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 소설에서 교정교열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라고. 저자와 독자가 합의한 이 기본 원칙만 지킨다면 교정교열에 절대적인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우리가 문장을 다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장을 다듬는 글은 보통 저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난 타인, 독자가 있는 글이다. 독자가 없다면 문장을 고칠 필요는 없다. 독자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저자가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모두가 고심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교정교열은 저자의 세계에 이입하지 않은 독자의 입장에서 저자의 글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저자가 독자를 향해 놓은 다리를 보수하는, 잘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다. ‘완벽한 문장’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교정교열 일은 AI에게 맡기면 될 뿐이다. 저자와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딱 알맞은 문장을 찾는 작업. 이 작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디까지 진행해야하는지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올해 '파주 북소리 축제'에서 진행된 ‘저자와의 만남’ 강연에서 김정선 저자를 만날 수 있었다. 매우 좋은 강연이었다. 사인도 받았다 (뿌듯)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 유유
말하듯이 글을 써야 자연스럽게 읽혀서 좋다고들 하지만, 여기서 ‘말하듯이‘는 구어체로 쓰라는 뜻이지 말로 내뱉는 대로 쓰라는 건 아니다. - P85
한국어 문장에 ‘있다‘가 거의 중독 수준으로 남용된다는 걸 말해 주는 문장들이다.
- P60
모든 문장은 다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것처럼 말이죠.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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