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튼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열심이었던 모양이다. 그만두길 잘했다.“

 

2018년의 에세이시장은 괜찮아로 도배되었다. 과도한 노력을 숭상하고 강요하는 사회 풍토를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남의 기준에 맞추려 하지 말라는, 스스로의 인생을 찾으라는 위로를 담은 에세이가 많이 출간되었다. 퇴사붐, 스스로 휴식을 챙기는 자휴붐이 함께 일었고 안정과 규칙을 강요하는 이들에게 반항하는 통쾌한(?) 일화들이 사이다썰로 떠돌았다. 17년 중후반부터 18년을 통틀어 퍼진 욜로에 대한 로망은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했다.

 

이 책도 그 시절 트렌드에 잘 맞았다. 40대에 퇴사를 한 저자가 돈이 줄 막연한 행복만을 따르던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며 다시는 아등바등 살지 않겠다는 홀가분한 다짐을 외치는 그림에세이. 모든 걸 벗어던진 남성의 늘어진 모습이 담긴 표지, ‘야매 득도 에세이라는 카피처럼 가볍고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브런치 글을 모은 이 책은 퇴사 후, 사회의 기준에 따르지 않으며 느긋하고 느린 일상을 보내는 저자의 소소한 깨달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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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내 시간을 원했던 이유는 무엇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서였다.“

 

책을 통해 저자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욜로가 별건가라는 제목의 꼭지를 봐도 알 수 있듯 저자는 돈도 생활도 모두 중요하지만 지금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안할 시간과 자유가 필요하며, 그것을 챙기는 것이 뭐가 나쁘냐는 메시지를 외친다. 조금은 막막하고 조금은 춥지만 얽매이지 않는 자유에서 오는 행복을 만끽하는 가치관이 돋보인다.

 

휴식 없이 경주하듯 달려가는 인생을 살다가도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에 어쩔 수 없이 소확행과 사토리로 빠져나가는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의 선택을 저자는 비난하지 않는다. 결국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다. 그것을 찾는 방법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다. 경쟁에 매몰되는 생활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채로 앞으로만 나아가다 결국 불행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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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우리는 남과 자신을 습관적으로 비교하며 패배감을 느낀다. 절망을 소비하는 사회. 불행이 세대를 타고 내려오는 사회. 젊은이들이 아무리 애써봐야 사회는 바뀌지 않으며,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세대를 막론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의 소중한 꿈과 열정을 값싸게 사회에 내바치지 말라고 한다. 유한한 에너지는 정말로 중요한, 자신의 행복을 찾는 곳에 써야 한다. 열정과 꿈은 스펙이 아니며, 강요받는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어차피 대부분이 지루하다. 이런 지루한 인생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책을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본다. 40대 남성, 10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가 있으며, 1년 동안 놀고먹을 돈을 비축한 후 감행한 퇴사. 저자가 다시 일해야 할 때가 오면 그 때 돈을 벌면 돼라고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건 지난 세월동안 쌓아온 경력을 기반으로 한 발언이 아닐까. 저자와 비슷한 나이 대에 가정과 인생의 고민 사이에 치이며 노후 걱정에 일상 속 행복을 찾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공감을 이끌 수 있을까, 나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젊은이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냉소적인 태도가 된다.

 

코로나 시국에 권고사직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앞길이 막막한 요즘 시류의 트랜드와는 잘 맞지 않는 느낌이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자금, 미래를 향한 계획, 확실한 결과를 내어주는 성장을 원하는 독자, 특히 젊은 독자층에게 욜로를 권장하는 말은 미래를 포기하라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만 불행에 매몰되지 않는 마음의 여유, 다른 것은 포기해도 자기 자신만은 포기하지 말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싶은 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아무튼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열심이었던 모양이다. 그만두길 잘했다.

그토록 내 시간을 원했던 이유는 무엇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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