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100만 부 기념 클래식 에디션)
김수현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 절실한 건, 우리를 증명할 명함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 없는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 p.95

 

이 책이 처음 나온 16년도에만 해도 공론장에 나오는 개인(특히 소수자)의 목소리는 힘을 가질 수 없었다. <82년생 김지영>이 출간되어 이를 기반으로 한 페미니즘의 물결이 생기기 시작하고, 편견과 부조리로 가득한 사회구조에 지친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조금씩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미 일상적으로 갈려나가는 청춘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강요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효과는 없어졌고,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지 않아 많은 청춘들은 그 원인을 스스로에게 찾으며 고통스러워하곤 했다.

 

이 책은 이들에게 타인이 당신을 공격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행복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메시지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 감정에 치우친 공감을 내세운 에세이가 아닌, 저자가 읽은 책 구절을 인용하며 논리를 전개하는 이 책은 저자의 말에도 적혀있다시피 사회 심리학을 알기 쉽게 풀어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울린다.

 

-

 

더 이상 과거에 붙잡혀 살고 싶지 않다면 과거의 연약했던 나에게 위로를 미성숙했던 그 모든 존재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 - p.263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크게

 

* 나에게 상처를 주는 타인에 대한 일침과 대응방법

* 나에게 상처를 주는 나 자신에 대한 충고

* 개인의 행복을 방해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주장만을 나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하면 사랑할 수 있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행동해야 타인의 언동과 거친 사회에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지에 따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남이 정해주는 길을 따르는 것이 모범적이라고 교육받아온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 사회가 정해놓은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과 사회 구조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절망을 유쾌한 일러스트와 알기 쉬운 설명으로 기술하며 답답한 사회초년생들의 마음을 뻥 뚫어준다.

 

아마 그렇기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끈 게 아닐까싶다. 겸손과 배려, 협조와 침묵이 미덕인 일본 사회는 어느 면에서 한국 사회와 닮았기 때문이다.

 

소제목과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to do list의 컨셉을 잡고 있어 신선하다. 에세이이지만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라는 결심이 담긴 제목과 잘 어울리며,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기 위해 알아두어야 하고 행동해야 할 목표들을 목차삼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도전을 응원한다.

 

-

 

나는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 대신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 p.224

 

저자의 행복철학은 철저한 개인주의이다. 하지만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자신과 상대방을 하나의 인간으로 인식하면서 처음으로 순수한 선의가 가능해진다. 다른 사람도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인식해야 공감할 수 있고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꽤 흔한 논리이지만 출간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주장이었을 것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순종적이고 눈치 있는 사원의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의 시간과 정신력을 깎아내며 남과 맞추지만 미처 풀지 못한 스트레스와 상처들에 지쳐가고, 결국 자신의 멘탈을 관리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게 되는 일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사회에서 갈려나가는 것은 개인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권리를 현명하게 챙기지 않는, 스스로 비굴해지는 개인이다. 저자는 이들에게 팩트폭행을 한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건 스스로 뿐이며, ‘스스로의 인생은 스스로 꾸밀 수밖에 없다.

 

이 단단한 위로와 조언은 누군가에게는 뻔한 말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앞길을 비춰주는 손전등이 될 것이다. 사회는 냉담하지만 비관적으로 바라볼 정도는 아니다. 개인은 개인에게 친절할 수 있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능력이 있으니까.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지음, 마음의숲

 


우리에게 절실한 건, 우리를 증명할 명함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 없는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 P95

더 이상 과거에 붙잡혀 살고 싶지 않다면 과거의 연약했던 나에게 위로를 미성숙했던 그 모든 존재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
- P263

나는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 대신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 P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