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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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그녀는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한 채 조용히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긴긴밤이 지나고 나면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활짝 열어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22

 

우리에게는 공간이 필요하다. 실용적이든, 탐미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공간은 밖과 안을 구분하며 그것 특유의 공기를 자아낸다.

 

방에는 다양한 기억이 쌓인다. 그것들은 위안과 쓸쓸함을 동시에 주지만 개인적이기에 또한 매력적이다. 공간에는 인생이 흔적이 밴다. 흔적 위에 다른 흔적을 덧칠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떠오르는 제목은 그래서일까? 표지에는 한 여성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신문을 읽고 있다. 홍차향과 조금은 서늘한 아침공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표지의 여성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책장을 넘기는 손길도 부러 조심스러워진다.

 

이 책은 공간을 소재로 한 미술작품을 소재로 일상 속 위로와 공감을 내어주는 미술 에세이이다. 저자는 독자의 손을 끌고 그림 속 공간들에 담긴 화가의 흔적을 읽는다

 

작품을 바라볼 때, 보통은 공간 자체가 아닌 공간 안이나 밖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보게 된다. 그것들은 인물이 될 수도 있고, 풍경이 될 수도 있고, 사물이 될 수도 있다. 공간 자체가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생소한 그림들이 많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화가의 작품은(카미유 피사로나 고흐의 그림이 있긴 하지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욕실부터 사방이 트여있는 대중교통까지, 다양한 공간들이 소개된다. 자연스레 새로운 화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창문과 테라스를 주구장창 그린 화가, 부엌에 깃든 일상적 노동에 집중한 화가, 자신의 소신과 주도성을 운전석에 빗댄 화가... 많은 이들이 풍경으로만 여기는 공간에 그들은 의미를 부여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공간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공간을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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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면 철저히 독립된 나만의 장소로 숨어버린다. 그곳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안식이기에."

 

어릴적 나는 나만의 방을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다. 두 살 터울인 남동생과 같은 방을 쓰고 싶지 않아서였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족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감정을 풀어낼 방이 나는 필요했다.

 

방이 생겼을 때 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틈만 나면 문을 걸어 잠그고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 시절의 나는 내 방이 나의 전부였다. 지금도 방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유일한 안식처이다.

 

실제로 몇몇 사람들은 기력을 충전하기 위해 기꺼이 은둔한다. 인간관계를 줄이고 방으로 들어간다. 직업 상 실내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는 화가들 또한 이런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방이란 특별한 의미가 생길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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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랑하는 일상의 순간을 캔버스에 기록한 화가의 시선에는 삶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나아가 우리에게 무심코 보낸 하루를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15

 

누구에게나 특별한 공간이 있다.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공간. 꼭 혼자서 공간을 점유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인파 속에 숨을 수 있는 광장일 수 있고, 모두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만찬 테이블일 수 있다. 누구에게나 평범하지만 누구에게는 특별한 공간. 공간이란 사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과 방은 떼어낼 수 없기에, 사람냄새가 가득한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화폭에 이를 담아낸 화가의 마음을 알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일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 에세이이다. 힘들고 지칠 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이 책은 위로라는 방문을 연다. 그리고 잠시 안으로 들어가 자기자신과 마주보는 것을 넌지시 권한다. 페이지에 가득 차도록 배치된 그림들은 공간감을 탁월하게 느끼게 하며 말 없이도 말 이상의 것을 줄 것이다.

 

 

혼자 있기 좋은 방우지현 지음, 위즈덤하우스


이곳에서 그녀는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한 채 조용히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긴긴밤이 지나고 나면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활짝 열어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 P22

이럴 때면 철저히 독립된 나만의 장소로 숨어버린다. 그곳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안식이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일상의 순간을 캔버스에 기록한 화가의 시선에는 삶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나아가 우리에게 무심코 보낸 하루를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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