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나비클럽 소설선
민지형 지음 / 나비클럽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휴 그래도 한남은..."

이 한마디와 함께 재결합을 거부하는 그녀를 설득하고 설득해서, 심지어는 '헤어지게 된다면 100만원을 주겠다'는 계약서에 서명까지 하여 주인공은 헤어진 사이에 페미니스트가 되어 나타난 첫사랑을 '남친의 사랑으로 보듬어' '정상적으로' 바꿔놓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렇게 이 소설은 '페미니스트 여친'과 연인 관계를 맺으며 '그녀'의 생각을 엿보게 되는 주인공의 생각을 가감없이 서술해 간다.

간결하고 잘 읽히는 문체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남성 주인공의 투명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것이 새로웠다.

'나는 아무 잘못 없고, 잘만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싸움을 걸어서 불편하게 하냐'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몇몇 인터넷 글이 주인공의 생각 사이사이에 겹쳐보였다.

주인공은 '한국 사회에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착한 남자사람'으로 본인을 묘사한다. 납득했다. 일상을 보내며 스쳐지나간 '이런 남자사람'들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주인공은 '그녀'의 일상과 자신의 일상 사이의 거리감에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왜 그녀가 이렇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해한다. 그리고 그 답답함은 소설이 끝날때까지도 풀리지 않는다.

2016년, 인터넷 속 분노에 휩쓸리듯 페미니즘에 몰두했던 시기가 있다. 지금까지 '누구나 한번 쯤 겪었겠지' 하고 잊어버렸던 사소한 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무차별적으로 공격적인 여성 혐오적인 말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왜 이 사람들은 같은 인간이면서 여성들을 공감하지 못하지' 하는 끝없는 의문을 가졌었다. 마음 속으로 거리가 생기니 연애와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연애를 다룬 이 소설에 관심이 간 건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이 의문에 명확한 답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매우 짧게 이어졌던 30대 남녀의 연애생활을 지켜보며 주인공에게 '일침'을 가하며 자신의 길을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그녀'를 응원하였고, 그런 '그녀'를 진심을 다해 사랑했지만 절대로 그녀와 같이 나아갈 수 없는 주인공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휴 역시 한남은..."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민지형 지음, 나비클럽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그녀는 이상한 여자였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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