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결별 - 뉴 노멀 시대, 40대와 언더독의 생존 전략
김용섭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대학 합격을 목표로 공부한 학생들에게 알랭 드 보통이 세운 인생학교는 낯설게 느껴진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고민하도록 하기 때문이다.(p 261) 나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나는 누구인가?’, ‘내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고민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대학을 다닌 시기는 또 다른 청소년기처럼 느껴졌다. 이유 없이 수업에 빠지고 여유로운 점심을 먹기도 했고, 대학 등록금이라는 산을 넘지 못해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면서 학기 중보다 더 바쁜 방학을 보내며 삶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직장 생활 중에도 그치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는 당당한 결별을 읽으며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우선 현실에 적절히 타협하며 안주하고 싶은 내 모습과 결별했다.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이 그러하듯 나도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로망이 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곧바로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로망과 결별했다. 아쉬웠다. 난 아직 살 날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좋아하고 오래 탐닉하면 생긴 재능, 바로 취향이 전문성이 된 테이스테셔널을 통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p 196) 저자는 이 방법이 언더 독이 경쟁력을 갖추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p 198) 가끔 TV를 보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알고 그것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K팝스타도 그러하고 생활의 달인도 그러하다.

  과연 난 무엇을 좋아할까? 무엇을 잘할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방향을 바꿔 무엇과 결별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바램, 이유 없이 보낸 의미 없는 시간들, 내가 사랑하고 놓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의미 없는 것들을 흘려보내야 진짜 의미 있는 것을 잡을 수 있다. 빈손이 되어야 무엇을 잡을 수 있음을 안다면 이제는 놓아야 한다. 익숙하지만 낡고 나를 옥조이는 것들을 놓을 때 새롭고 신선하며 의미 있는 것을 잡을 수 있다. 그 의미 있는 것이 나를 낡고 오래된 가치관으로부터 구원할 것임을 믿는다. 당당히 결별해야 한다. 결별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힘들지만 담대하게 받아들일 때 희망이 있다. 미래는 당당한 결별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두렵고 떨리지만 당당히 결별해야 한다. 멀리 보이는 미래에 눈을 고정한 채 말이다. 아직 나에게는 과제가 남아있다. 인생을 걸만큼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다. 지난 내 인생을 돌아보니 하고 싶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 중 가장 나에게 적합하고 몰두하고 싶은 일에 인생을 걸고 싶다. 어쩌면 몰두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자체가 복이다. 당당하게 현재와 결별하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 이상 내 인생을 의미 없이 낭비하고 싶지 않다. 최선을 다해 붙잡고 싶다. 당당하게 말이다.

  저자는 세상의 경험을 쌓아 노련해진 40대와 투박하지만 패기로 무장한 20대의 결합은 흥미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p 239) 우리 사회가 가진 낡은 관성과 문제점으로부터 결별하기 위해서도 40대와 2030의 결합은 필수적이라고 소개한다.(p 245) 언젠가 20대 초인 젊은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짧은 대화 후 돌아서며 대한민국에 사는 20대 청년들에게 미안했다. 세상을 바꾸지 못해 내가 겪은 아픔을 겪게 했기에, 좀 더 나은 세상에 살도록 돕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들을 포함한 응시자들을 순위대로 평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학들, 조직적인 기업 문화 등을 물려주었음에 가슴 아팠다. 눈을 떠 내가 속한 사회가 가진 문제를 제대로 보고 통탄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이 안타까웠다. 좀 더 관심 가지고 문제들을 묶어 베지 않으면 내 자녀들까지 답습하게 된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

  이제는 당당히 결별할 때다. 세상은 새로운 꿈을 꾸는 자들에 의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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