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10
김성은 지음, 장준영 그림 / 책고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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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어머니 고향인 시골 외갓집은 조용하고 심심했다. ‘덤벼!’에서 나오는 외갓집처럼 말이다. 흔들리는 바람소리와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저녁이면 꽃잎을 오므리며 땅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꽃을 피우는 무궁화, 쏟아질 듯 밤하늘에 붙어있는 별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코스모스에서 꿀을 모으는 벌을 잡으며 놀다가 벌침에 쏘이기도 했고, 언제쯤 집에 갈 수 있는지 궁금했으며 자연과 함께 하는 놀이는 쉽게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사과나무에서 갓 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 맛은 기억난다. 시원하고 달콤한 사과 맛에 반해 한 아름 사과를 안고 가던 행복도 떠오른다.

 

  ‘덤벼!’를 읽으며 나도 내 아이도 소리 내어 웃었다.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유쾌, 상쾌, 통쾌한 책이다. 사마귀가 긴 다리를 휘두르며 결투 신청을 하는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다. 아이도 깔깔대며 웃는다. 사마귀야 말로 주인공을 심심하지 않게 해준 좋은 친구였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연이 주는 친구를 만날 수 있는데 시간을 주지 못해 내 아이에게 미안했다.

 

  ‘덤벼!’를 읽은 내 아이와 자연을 만끽하러 가고 싶다.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밭이나 국화향이 넘실거리는 국화꽃 사이에서 아이가 자연을 온전히 즐겼으면 한다. ‘덤벼!’를 외치는 사마귀를 찾을 수도 있고, 방아깨비나 나비를 잡느라 뛰어다닐 수도 있다. 으슥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부지런한 개미 뒤꽁무니를 찾아 땅바닥을 헤맬 수도 있다. 당랑권을 선보이는 사마귀를 만났을 때 손을 휘두르며 기뻐할 아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자연과 함께 노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온 힘과 마음을 다해 자연을 느끼고 누렸으면 한다. 바람이 흩날리는 소리, 이 꽃 저 꽃 꿀과 꽃가루를 모으느라 분주한 벌 날갯짓 소리,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자리, 나비와 벌이 지나간 자리에 맺힌 아름다운 열매 등을 아이가 온전히 즐겼으면 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말이다.

 

  어디에 가보았다는 자랑이 아닌 무엇을 보고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누렸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온전히 즐기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선물임을 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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