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친구의 고백 소설Blue 5
미셸 쿠에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나무옆의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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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이 파도처럼 나를 적시고 사라진다. 다시. 또 다시. 파도는 다음날까지 계속됐다. 다시 책을 펼쳤다. 두 번째 읽은 후 여운이 나에게 찾아왔다. 천천히 살며시 다가온 여운에 잠기니 포근하고 따뜻하다. 무엇을 하다가도 책 내용 중 하나가 떠오르면 다시 여운에 잠긴다.

 

자크 파피에가 누굴까? 자크 파피에는 무엇을 원할까? 자크 파피에는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p 110)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강아지였어.”(p 168)

 

 ‘상상 친구의 고백에 적힌 메시지는 조용히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마치 밭에 뿌려진 씨가 조용히 뿌리를 내리듯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보지 못하거나 왜곡된 시선으로 볼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보는 왜곡된 시선이 아닌 내가 정확하게 평가할 때 진정한 내가 보인다. 기억, 이름, 나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 등을 사라지게 하면 진정한 나만 남는다. 마치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듯 말이다. 어쩌면 사람은 누구나 이 과정이 필요하다. ‘진정한 나를 알 때 내가 태어난 이유, 나에게 주어진 능력, 가야 할 방향 등을 찾게 된다. 그래야 내가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내 능력은 보지 않은 채 타인이 시키는 대로 살지 않을 수 있다. 난 남들처럼 살기위해 공부하고 직장을 다녔다. 인생이란 마라톤은 대열에 끼어 달릴 때 안전하다고 여겼다.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도 좋다. 아직 내 삶은 끝나지 않았다. 난 지금 살아있기에 기회는 있다. ‘진정한 나를 찾는다면 60세이면 어떻고, 70세이면 어떠할까? 인생이란 마라톤이 끝나지 않았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상상 친구! 낯선 단어다. 무엇보다 상상 친구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좋았다.

상상 친구와 그만 속닥거리고 어서 경기를 어서 진행해!”(p 192)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문장이다. 난 이 문장을 읽고 깜짝 놀랐다.

  상상 친구를 위한 식탁 자리, 식사, 잠잘 자리, 자동차 자리 등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배려를 보았다. 자크 파피에는 후에 엄마의 인내심’(p 234)을 추억한다. 살아있는 사람 인격도 무시 받는 세상에 살던 나에게 살아있지도 않은 상상 친구를 존중해주는 문화는 낯설기만 하다. 좀 더 내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고 싶다. 안다면 할 수 있다.

 

강아지는 사람이 지나치게 행동하든, 이상하게 보이든, 반에서 곱셈을 못하는 멍청이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야. 중략. 그러면서도 매일 집에 갈 때마다 기다려주고 무척 반겨주잖아. 똑똑한 강아지는 주인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해.”(p 167)

  내 아이도 그러하다. 내가 잘못을 하거나 혼을 내도 나를 좋아해준다. 아이에게 난 하나뿐인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주는 무한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난 그 깊이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주어지는 사랑으로 여겼다. ‘상상 친구의 고백을 읽은 후 아이와 지내면서 알았다. 아이가 주는 사랑은 깊고, 그 사랑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상상 친구! 이 단어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 책을 통해 상상 친구에 대해 알게 되고 나를 찾는 과정을 보았다. 존재 이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나도 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경이로운 능력을 나도 찾고 싶다. 내가 사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이다. 지금 난 살아있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는 깊은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난 상상 모험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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