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행동 이해를 위한 19가지 도구 <인간 본성의 법칙>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비이성이라는 유령이.”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인간이 과연 이성을 가진 존재인가 의심하게 됩니다. 일본 내각의 근거 없는 무역 보복 조치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때에 ‘우리 일본’ 운운한 국회의원, 극우 정치인들의 거짓 선동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혐오를 부추기는 사람들, 사회 문제에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 달려가 무작정 인격을 모독하는 인터넷 댓글 부대들...

사실 확인은 커녕 거짓/왜곡 보도를 토해내는 기자들, 그들의 기사를 전파에 태워 이슈를 만들어 내고 중요한 사회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특정 언론사와 그 지지 세력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 혹은 정당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감정을 담아 벽을 세우고 반대의 목소리 자체를 부정하려는 사람들. 최근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매국노라 비난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끊임 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황당한 모습에 한숨을 짓다가 나를 돌아보곤 합니다. 이런 이슈들에 과연 나는 이성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위에서 제가 비난하며 지적한 사람들과 저는 또 얼마나 더 다를까요. 제가 하는 생각과 행동이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 놀라곤 합니다.

인간 행동 이해를 위한 19가지 도구 


최근에 출간된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저자 로버트 그린이 지적한 것처럼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을 늘 내가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사람의 의식보다 더 깊은 수준에서 활동하면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들을 ‘인간본성’이라 정의하고 이를 역사속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열 아홉가지로 정리해 소개했습니다.

“인간 본성 19가지: 비이성적 행동, 자기도취, 역할 놀이(비언어적 신호), 강박적 행동, 선망(욕망), 근시안(단기적 사고), 방어적 태도, 자기 훼방(세상을 보는 방식, 태도), 억압(어두운 측면), 시기심, 과대망상, 젠더 고정관념, 목표 상실(소명), 동조(집단의 영향력), 변덕(리더십과 권위에 대한 양가감정), 공격성, 세대 근시안(세대 갈등의 패턴), 죽음 부정”

로버트 그린이 정리한 이 열 아홉가지 인간 이해 도구를 가지고 사회속에서 마주치는 온갖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자도 책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이슈들에 감정적이고 피상적으로 대응하며 살아가게 되는 요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타인의 행동을 거울 삼아 나를 돌아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바이럴 효과를 따라 새로운 이슈가 끊임없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조작에 능한 지도자들이 우리를 이용해먹고 뜻대로 휘두르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중략) 나와 동일시할 집단을 찾아내고, 서로의 메아리만 주고 받는 공간에서 내 부족의 의견만 계속 증폭시키고, 누가 되었든 외부인은 철저하게 악마로 몰아서 떼로 몰려가 겁을 준다. 인간 본성의 원시적 측면 때문에 아수라장이 벌어질 가능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13쪽)

저자가 말하는 시대상이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판단의 속도는 늦추고, 찬찬히 세계를 관찰하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로버트 그린이 말한 ‘스스로를 자각하고 사려 깊은 행동을 하게 하는 고차원적 자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죠.

긍정의 자기계발서 종합판 같기도

저자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은 부정적 혹은 파괴적 모습들에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 원인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법칙들은 타인과 나를 바라보는 거울로 활용할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소개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나를 비추며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 어린 시절의 경험, 교육 및 성장 환경, 직업과 속한 집단 등이 있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역사 속 인물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지금 우리들이 범할 수 있는 유사한 실수들을 보여주고 그런 행동에 영향을 준 심리적 요인들을 찾아보려 한 부분은 상당히 유익했습니다. 다만 그 정도에서만 멈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제시한 열 아홉가지 ‘법칙’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길게 풀어놓았는데, 이 부분들은 마치 긍정적 태도를 긍정하는 자기계발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나를 지배하는 감정을 극복한다.”,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운명은 자신이 만든다.”, “상대를 긍정해서 저항을 누그러뜨린다.”, “태도를 바꾸면 주변이 변한다.”, “비교를 피하는 방법.”, “인생의 소명을 발견하고 지침으로 삼는다.”, “집단의 영향력에 저항하라.”...각 장에서 볼 수 있는 소제목들인데 마치 각 장이 하나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입니다.

각 장에서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그 의미를 언급한 부분 이후는 과감하게 생략했으면 좋았겠다고 (주제넘게) 생각합니다. 물론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저자가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언들을 시중에 있는 다른 도서들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면 중복을 피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사전처럼 곁에 두고 필요할 때 찾아보는 용도로 활용한다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독자들의 몫이겠지요?

죽음은 자주 생각하자

위와 같은 아쉬움에도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죽음(죽음 부정의 법칙)을 다룬 마지막 장입니다. 아마도 최근 제가 병치레를 하고 있어서 더 공감을 하게 된 듯 합니다. 저 역시 병에 걸리기 전과 후에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저자가 이 장에서 소개한 메리 플래너리 오코너 만큼 죽음을 앞두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자신과 죽음은 상관이 없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나 죽음을 가깝게 인식하게 되면 인생의 많은 부분들에서 관점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가족, 친구 등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들에 이르기까지 과거엔 그렇지 않았던 경험들이 매우 선명하고 강렬해집니다. 플래너리 오코너가 죽음을 자각하고 난 후 삶의 많은 부분을 강렬하게 경험했던 것처럼요.

저자도 죽음을 자각할수록 더 많은 자유를 맛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무엇인가를 결정하거나 선택해야 할 때 보다 대담해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덜 불안해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제약에서 조금은 벗어나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도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허락한다면 나의 가능성을 더 많이 탐구하고 확장하고 싶어집니다.

“죽음에서 그 이상함을 제거하고, 죽음을 알고, 죽음에 익숙해지자. 그 무엇보다 죽음을 가장 자주 생각하자. 모든 순간 우리의 상상 속에서 죽음의 모든 측면을 그려보자. 죽음이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은 자유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지운 셈이다. 어떻게 죽을지 알고 나면 모든 종속과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미셸 드 몽테뉴-“(905쪽)

실제로 죽음을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종속과 제약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이전보다는 자유롭고 대담할 수는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가능성을 새겨가면서 노예가 되는 법을 조금씩 지워갑니다.


#인간본성 #인간이해 #심리학 #이성 #자기계발 #죽음 #긍정 #로버트그린 #삶 #인생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바이럴 효과를 따라 새로운 이슈가 끊임없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조작에 능한 지도자들이 우리를 이용해먹고 뜻대로 휘두르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중략) 나와 동일시할 집단을 찾아내고, 서로의 메아리만 주고 받는 공간에서 내 부족의 의견만 계속 증폭시키고, 누가 되었든 외부인은 철저하게 악마로 몰아서 떼로 몰려가 겁을 준다. 인간 본성의 원시적 측면 때문에 아수라장이 벌어질 가능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P13

죽음에서 그 이상함을 제거하고, 죽음을 알고, 죽음에 익숙해지자. 그 무엇보다 죽음을 가장 자주 생각하자. 모든 순간 우리의 상상 속에서 죽음의 모든 측면을 그려보자. 죽음이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은 자유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지운 셈이다. 어떻게 죽을지 알고 나면 모든 종속과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미셸 드 몽테뉴-- P9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월 9일 tvN에서 방영한 <유 퀴즈 온 더 블럭> 25화에서 진행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주제로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진행자들은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에서 만나는 시민들에게 ‘150~250만원 받는 백수와 400~500만원 버는 직장인 중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물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백수를 선택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아 흥미로웠습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출근해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은행에서 청소를 하시는 노년의 세 여성은 ‘250만원 백수와 500만원 직장인 중 선택한다면?’이란 물음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직장인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일할 때 행복하다고 했고, 심지어 한 분은 300만원을 받아도 직장을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이분들에게 일은 돈 이외에도 다른 의미를 가져다 주는 원천인 것 같습니다.

반면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젊은 시민은 절약해 여행하며 재충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150만원 백수를 선택했습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는 한 시민은 생계 유지를 위해 수입이 더 높은 직장인을 선택했지만 만약 혼자라면 돈을 적게 받더라도 백수로 살아보고 싶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일터에서 시달리는 평균적인 직장인들은 이분들처럼 대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제 통장에 누군가가 매월 생활비를 넉넉하게 넣어준다면 저 역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두고 재미있는 일들을 찾을 것 같습니다. 월급 받는 일을 하면서 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추구한다거나 행복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랭 드 보통이 쓴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고, 현대인들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알랭 드 보통은 책의 첫 부분에서 배를 관찰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이 주는 물질적 혜택보다 그 일 자체가 주는 재미를 더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실험하고 그 결과를 보면서 호기심이 충족되고 재미를 느꼈던 때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일이 살아가는 데 의미를 주는 원천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보편적인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 일터는 우리가 일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놔두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는 많은 물건을 실제로 손에 넣을 수는 있지만, 그런 물건들의 제조와 유통 과정이 어떠한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소외 과정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경이, 감사, 죄책감을 경험할 수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다.”(39쪽)

물류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저자가 관찰하면서 얻은 통찰이 연구소에서 일하는 제 마음에도 와 닿습니다. 일의 전 과정에 참여해 볼 수 있다면 딱 주어진 일만 로봇처럼 하게 되는 경우보다 일의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또한 일터에서 무한 경쟁, 한계 없는 빠른 속도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일하면서 예기치 않는 경이로움을 발견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저자가 책에 쓴 것처럼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거나 고통을 줄여줄 때” 우리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해 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끊임 없이 일의 보상으로 따라오는 돈 이외에 일에서 의미를 찾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말 처럼 저 역시 “그저 물질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동물”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을 통해 주어지는 물질적 보상 이외에 다른 의미를 추구하게 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때문에 극도로 분업화되어 무한한 생산성 혹은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의 일터에서 우리는 무의미 속을 부유하며 행복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하며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예외적 축복

현대의 일터가 우리에게서 일의 의미를 앗아가는 것에 더해 우리가 행복을 느끼며 일하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일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믿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경제적인 필요가 없어도 일은 구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처음이다”고 했는데 로또 1등에 당첨되어도 회사를 계속 다니겠다고 말하던 제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하고 있는 일 혹은 직업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 버린 사회에서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이상적 믿음과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일터의 현실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매일 확인하면서 사람들은 계속 불행하다 생각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제안하는 것처럼 이같은 일과 행복에 대한 신화적 믿음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건 소수에게 허락된 일종의 축복과도 같다 생각합니다.

“모두가 일과 사랑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부르주아적 자신감 안에 은밀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배려 없는 잔혹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 두 가지에서 절대 충족감을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충족감을 얻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뜻일 뿐이다. 예외가 규칙으로 잘못 표현될 때, 우리의 개인적 불행은 삶에 불가피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저주처럼 우리를 짓누르게 된다.”(142쪽)

나에게 일이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정을 다해 일하는 성공한 창업자들의 이야기,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 생각되는 것이라도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일을 소명으로 여기며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두에 언급한 <유 키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청소하는 분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 등을 접하면 내가 너무 불평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 한켠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야기들은 알랭 드 보통도 말했듯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아닙니다. 소수에게 허락되는 예외입니다. 0.1%, 아니 0.01%의 성공이 누구나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법칙인 것처럼 사회에서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그 성공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더 큰 실망을 느끼고 자책하게 됩니다. 

사회 전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고려했을 때 내가 일하는 조건(급여, 복지 등 노동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에서 돈벌이 이외의 의미가 저절로 찾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은 주어진 지침에 영혼없이 따라야 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생각할 겨를 없이 단지 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상속받을 재산이 넘쳐나는 경우가 아니고선 먹고 살기 위해 노동과 돈을 바꿔야만 하기도 하고, 건강을 잃거나 노년에 이르러선 일할 수 있는 것 자체를 소중히 여기기도 할 것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형벌받은 시시포스가 된 것 같아 괴로워 하기도 할 것이고, 일해서 이뤄낸 결과물을 보고 때론 행복해하기도 할 것입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일이라는 얄궂은 존재로 인해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제 운명이 아닐까요.

현재 우리는 많은 물건을 실제로 손에 넣을 수는 있지만, 그런 물건들의 제조와 유통 과정이 어떠한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소외 과정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경이, 감사, 죄책감을 경험할 수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다- P39

모두가 일과 사랑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부르주아적 자신감 안에 은밀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배려 없는 잔혹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 두 가지에서 절대 충족감을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충족감을 얻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뜻일 뿐이다. 예외가 규칙으로 잘못 표현될 때, 우리의 개인적 불행은 삶에 불가피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저주처럼 우리를 짓누르게 된다.- P142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8-19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사회에 이른바 X세대의 물결이 지금 일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서나 젊은이들은 새로운 생각과 문화를 지니고 있었지만 요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가치관 그리고 행동양태는 가히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그 특성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20세기 말의 신세대.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X세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1994년 어느 봄 날 KBS뉴스에서 앵커가 한 말입니다. 이 세기말 신세대는 어느 새 마흔 살을 넘어 오십 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시 뉴스에선 이들을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개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세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얄궂게도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이 세대를 ‘기성세대’로 만들었습니다. 요즘 회사에선 ‘X세대 꼰대’란 말이 나올 정도로 X세대는 사회의 주축이 되어 있습니다.

당시 뉴스에서 X세대는 전통적 위계에 따른 권위를 부정하고, 재능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이 등으로 우대받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X세대도 이전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겠지요. “현대 시청각 문화(비디오-유튜브가 아닙니다 하하)에 익숙해서 말보단 느낌을 전달하는” 세대가 이제 그들과는 또 전혀 다른 세대라고 하는 90년대생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
90년생이 온다는데...

요즘 기성세대들에게 권하는 책이라고 하는 <90년생이 온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요즘 2030신세대의 특징을 잘 정리해 놓았다고 해서 지난 해 화제가 되었던 책입니다. 저자는 90년대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에 불안이 극대화된 시대를 맞이하게 되어 ‘안정’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봤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에 ‘올인’하는 이들을 저자는 ‘9급 공무원 세대’라고 해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 공무원을 준비하는 비중이 높다고 해서 이들 세대가 ‘열정이 없고 도전정신도 없는 그저 편한 복지부동의 일만 하려는 나약한 세대’는 아닙니다. 단지 지금 2030세대가 다른 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 상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저자는 90년대생 세대의 특징을 ‘간단함’, ‘병맛’, ‘솔직함’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90년대생들은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재미를 추구하고,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한다고 해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세대입니다. 저자 나름의 관찰과 만남을 통해 잘 잡아낸 특징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기존 세대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 특징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X세대, 아니 모든 세대가 그랬듯 90년대생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성세대가 되고 이들은 또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보며 ‘요즘 애들은 참 버릇이 없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의 차이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90년대생들이 완전히 유별난 것도 아닙니다. 내 어릴 적 모습을 조금만 돌아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

책의 몇몇 부분에선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들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의 90년대생들은 자신들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지 않고 특정 이상을 실현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단지 그들은 현 시대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43쪽)”와 같은 표현이 그렇습니다. 제가 만나본 90년대생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또한 저자는 “권력이 이미 기업의 손을 떠나 개인으로 이동했다”고 하며 90년대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재능있는 개인들은 직장생활에서 그들의 요구와 기대를 확대하고 성취할 만한 협상력을 가지게 되었다.”(135쪽) 고 하면서요. 이 부분은 대체로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권력은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수의 인재들에게는 저자의 말이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직장에서 평균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기업과 협상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에 대한 개인의 협상력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386세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시위하느라 수업을 하지도 못했는데 졸업할 때가 되면 기업들이 입사 원서를 대학들에 보내주었다고들 말하는 시대였으니까요.

이건 내 얘긴데? 직장은 변하지 않나봐?

또 한편으론 저자가 90년대생 인재들의 특징으로 언급한 부분들 중 ‘내 이야기를 하는 건가’하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X세대 끝자락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되는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90년대생들도 하고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 직장이라는 곳은 시간에 따른 변화가 많은 것 같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곳인가 봅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언급들은 마치 제 이야기 같습니다.
 
“새로운 세대에게 기존 세대들은 이미 회사에 믿음을 상실했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충성하는 꼰대들로 보일 뿐이다.”(154쪽)
“90년대생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공식을 배격한다.”(155쪽)
“본인에게 주어진 휴가를 다 쓰지 않고 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것이 마치 더 일을 열심히 한 듯이 으스대는 선배들을 볼 때면 얼간이같이 느껴져요. 내 휴가를 내가 사용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요. 얼마 전에 팀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휴가가 너무 잦은 거 아닌가?’라고 하는데 기분이 안 좋았죠. 지적하려면 업무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169쪽)

특히, “즐거움은 돈을 내고 찾아. 회사는 엄연히 돈을 받고 일을 하러 오는 곳이야. 그런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말이 되니?”(221쪽)라는 말은 제가 불과 몇 년 전 선배에게서 들었던 말과 똑같아서 놀랍습니다. 이처럼 개인차가 큽니다. 10년이란 출생 시기로 세대를 구분하고 규정하고 싶은 바램들이 소위 ‘세대론’을 지지합니다. 물론 당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 유사한 지점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급한 일반화는 피해야 합니다.

새로운 편견이 되지 않기를

새로운 세대를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규정해버리는 것 또한 90년대생에 대한 새로운 편견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90년대생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불쾌할 수도 있겠다 생각됩니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인데, 이처럼 책으로 간단하게 규정되어 버린 것을 나의 특징이라고 여기며 대한다면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90년대생은 두려운 존재도 아니고, 역사를 통틀어 완전한 별종도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만나서 겪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90년대생들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류의 책들은 읽어보고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고 90년대생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세대에게 기존 세대들은 이미 회사에 믿음을 상실했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충성하는 꼰대들로 보일 뿐이다.- P154

본인에게 주어진 휴가를 다 쓰지 않고 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것이 마치 더 일을 열심히 한 듯이 으스대는 선배들을 볼 때면 얼간이같이 느껴져요. 내 휴가를 내가 사용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요. 얼마 전에 팀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휴가가 너무 잦은 거 아닌가?’라고 하는데 기분이 안 좋았죠. 지적하려면 업무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P169

즐거움은 돈을 내고 찾아. 회사는 엄연히 돈을 받고 일을 하러 오는 곳이야. 그런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말이 되니?-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택배로 김장 보냈다."

매년 김장철이 되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께 받는 메시지입니다. 부모님께 메시지를 받은 다음 날엔 택배 기사님에게 "고객님의 택배를 안전하게 배송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현관 앞에 쌓인 김장박스 사진과 함께. 신속한 배송에 놀라면서도 그 무거운 김장박스를 엘리베이터도 없는 3층에 올려다 놓으신 배송기사님께 미안한 맘이 들곤 합니다.

우리나라 택배는 정말 놀랍습니다. 왠만한 물건은 하루이틀이면 배송이 완료되고 온라인 쇼핑의 경우엔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상품을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토록 편리한 서비스를 빈번하게 이용하면서도 그 과정에 있는 노동자들을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나마 김장이나 쌀 같이 무거운 물건을 배송받았을 때 배송기사님께 느끼는 미안함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택배 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까대기>라는 만화책을 읽고 나서는 무거운 물건을 현관 앞까지 올려다 놓는 택배 기사님에 대한 미안함 이상의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나는 너무나 편하게 이용하는 택배지만 그 편리함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다른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게다가 고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이상한 고용 형태와 택배 업계의 구조로 인해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택배 회사는 택배 지점들과 위탁계약을 맺고 택배 지점들은 택배 기사와 배송 영업을 위탁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택배 회사의 배송 서비스를 한 단계 거쳐 위탁 받은 택배 기사는 택배를 배송한 후 건 당 수수료를 받습니다.

택배 기사들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로 자신들이 소유한 차로 일합니다. 수수료 수입으로 얻은 수익금 중 기름값과 차량유지비, 부가세, 전화비, 식대, 지점 운영비 등을 제하고 나면 택배 노동자들의 수입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택배 회사가 정한 배송 및 분실/파손 정책과 명령에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사고가 나서 다쳐도 택배 기사 자신이 처리해야 하고 배송이 잘못되어도 계약 위반으로 기사가 책임져야 합니다. "개인사업자인데 개인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특수고용직으로 일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사정을 이종철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담담하게 알려줍니다. 

책에서는 또 다른 하청구조도 보여줍니다. 택배 회사는 운수 회사에게 택배 운송 하청을 줍니다. 운수 회사는 화물차 운전 기사들에게 일감을 주고 수수료와 번호판 대여료 등을 받아갑니다. 어떤 이유로 운임료 지급이 미뤄지게 되면 화물 기사들은 돈을 받을 때까지 자신의 돈으로 화물차를 운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화물 기사들은 화물차 운영과 생계를 위해 빚을 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형 택배 회사의 출현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형 택배 회사는 택배 운송료를 낮추며 점유율을 높여갔고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했습니다. 건당 천원하던 배송 수수료는 절반 가까이 떨어져 기사들은 더 많은 택배를 배송해야 이전만큼의 소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운송해야 할 물량은 많아지고 배송은 빨라져야 하니 모든 업무에서 속도가 중요해졌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보호는 뒷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 운송기사, 택배 기사, 까대기 알바 등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을 감수하면서도 위태로운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 환경을 이런 구조로 남겨둘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시장에 맡겨 놓은 결과가 이렇다면 정부가 나서 택배 서비스와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노동에 대해 한 번쯤은 재고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의 역할을 생각하다 보니 가까운 미래에 도래하게 될 자동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걱정됩니다. 택배 산업 구조를 보면 자동화의 물결에 크게 타격을 입을 것 같아 보입니다. 이미 아마존은 물류창고에서 로봇을 활용하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중국의 알리바바 역시 신규 물류센터에 로봇을 도입해 24시간 일하는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택배 산업에도 적용된다면?

물론 아마존의 경우 물류센터에서 상자를 옮기던 직원들을 도입한 로봇을 관리하는 역할로 고용을 전환하였다고도 합니다만 로봇 기술이 지금보다 더 훌륭해진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아마존은 드론으로 배송하는 기술도 가열차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화물운송에 가장 먼저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택배 회사의 중앙 물류센터, 물류센터에서 지점을 오가는 간선 화물차, 지점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 기사,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노동을 하는 까대기 알바 노동자. 택배 산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로봇을 활용하는 자동화 기술에 매우 적합해 보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엔 이 노동들이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은 택배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여러 단계의 하청 구조와 고된 노동 속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엔 이들 중 상당수는 실업의 위협에 놓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를 너무 부정적으로 그려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택배 산업 구조를 보면서 최근 기술 혁신인지, 착취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여객운송 산업에서의 갈등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금의 택배 산업 구조와 그 안에서의 노동환경과 노동자에 대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데 만화책 한 권 들고 앉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괜한 걱정을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최근 지속되는 기술혁신에 대한 소식들을 접하다보니 택배 산업에 미칠 영향까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 탐사취재 12년의 기록, 끝나지 않은 싸움
김병기 지음 / 오마이북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명박과 그 일당들의 대국민 사기극을 파헤친 12년간의 탐사보도!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원작>

“강은 누구의 것인가?”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쓴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을 읽기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물음이었습니다. 강 주변에서 강이 주는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강의 주인일까요? 아니면 일종의 공공자원으로서 강이 있는 나라 모든 국민들의 것일까요?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자연마저도 누군가가 소유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 

  
하지만 책에서 정수근 시민기자가 말했듯 “강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강은 스스로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생태계”라는 것도 다시금 환기합니다.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에는 누구의 것도 아닌 자연의 선물, 강을 자신들의 것으로 삼으려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탐욕스럽고도 뻔뻔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먼저 주변에 손에 잡힐 만한 물건들은 치우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다가 열받아서 주변 뭔가를 집어 던질 수 있습니다. 또 깨질만한 것들은 읽는 자리에서 멀리 두십시오. 역시나 분노로 탁자를 내리쳐 물건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혈압이 높으신 분들도 이 책을 펼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병세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부자되세요’ 대통령을 뽑은 비용과 그가 남긴 부채

“국민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구호로 대통령이 된 이명박. 국민들의 탐욕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표를 얻은 그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국민들이 반대하자 4대강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재정사업을 추진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반대 의견을 내는 시민단체를 파렴치한 단체로 몰아 제압했고, 엄청난 홍보비로 언론을 제어했으며,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교수는 각종 연구용역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 평가 등도 법을 교묘하게 피해 졸속으로 진행하고, 사업 예산도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4대강 사업은 22조 원이라는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며 강행되었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완료된 후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흐르는 강을 막아 악화된 강의 수질은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조롱거리로 전락했습니다.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 같았던 대통령을 뽑아 치른 비용은 4대강 사업 예산만 22조 원입니다. 게다가 4대강 주변 공원 조성 및 유지, 부실시공된 16개 댐 보수, 바닥보호공 보수, 녹조 제거 작업 등을 포함해 매년 6천억~1조원 가량의 세금이 4대강 유지관리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이 세금을 복지에 사용했다면 어땠을까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의 말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국립대학 학생들을 공짜로 학교에 다니게 하면 1년에 2조원이 듭니다. 30조원이면 15년을 무료로 가르칠 수 있는 돈이죠. 전체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무료로 하면 1년에 7조 원입니다. 최근에 아동 수당을 1인당 월 10만 원씩 주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돈이 연간 3조원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면 1년에 2500억 원이면 됩니다. 4대강에 투입된 30조원을 복지에 사용했다면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렸을 겁니다.”(165쪽)


죄값을 치러야 할 사람들

4대강 사업은 이명박의 오만과 탐욕으로 덧칠된 사기극이었다고 김병기 기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학자, 정치인, 관료, 재벌, 검찰, 법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역자들이 있었기에 이 사기극이 가능했다고 밝힙니다. 특히 언론은 국가의 재정사업을 검증하기는커녕 홍보비를 받아먹으며 사기극을 포장하기에 바빴습니다. 이 책은 국민 모두가 읽으며 아파해야 하겠지만 특별히 부역 언론인들이 반드시 읽고 반성하면 좋겠습니다.

김병기 기자 등 저항자들은 12년간 ‘대국민 사기극’을 추적하며 주범인 이명박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역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묻습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 정종환 전 국토해야부 장관,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끈질기게 찾아가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책임있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사기극에 부역한 대가로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뻔뻔하게 4대강 사업을 찬양하는 이도 있었고, 부역의 결과로 얻은 연구용역 참여실적으로 더 잘나가는 교수가 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현 정부가 반드시 해야할 과제를 김병기 기자가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환부를 도려내듯이, 썩은 부역자들의 죗값을 물어야 한다. 고름을 짜내듯이, 영혼을 팔아 호가호위하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상식을 세워야 한다. 적어도 그들이 지난 과오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군 이래 최악의 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의 아픔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10-11쪽)


또 다른 4대강 사업을 방지하려면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대한 예산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규명되지 않았으며, 이 거대한 사기극에 대해 처벌받은 이도 없습니다. 김병기 기자가 책에서 강조했듯 청문회라도 열어서 책임이 있는 이들을 철저하게 밝혀내고 처벌해야 합니다. 책임자 확인 및 처벌과 함께 또 다른 사기극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책에 소개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는 막대한 손실을 낸 예산 낭비 사업에 대해 처벌하는 일명 ‘링컨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공공재정 허위 부정청구 등 방지법’을 통해 국가 재정을 옳지 않게 사용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가장 필요한 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사업 이후로 소요되는 국가 예산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겠습니다. 국민들 각자가 우리들 세금이 어떻게 버려질 수 있는지 뼈아프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라는 채널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밝혔던 ‘4대강 독립군’들의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 대다수에게 사기극의 실체를 알리기에는 오마이뉴스라는 채널은 한정적입니다. 흐르는 강을 가로막았던 보를 열었을 때 살아나는 금강을 생생하게 보여줬던 사실들을 주요 공중파를 활용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4대강 주요 보 혹은 댐들을 개방할 것인지, 더 나아가 철거할 것인지 논의가 계속될 것인데 이 때에도 명확한 사실이 국민들에게 공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4대강 사업은 언제든지 다시 출현해 국민들의 세금을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흘려보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4대강 사업 저항자들의 12년 간의 분투도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책을 덮으며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저항한 최병성 목사(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이라는 괴물은 탐욕이 꿈틀거리는 우리의 일상 속에 살고 있다.”(162쪽)



“국립대학 학생들을 공짜로 학교에 다니게 하면 1년에 2조원이 듭니다. 30조원이면 15년을 무료로 가르칠 수 있는 돈이죠. 전체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무료로 하면 1년에 7조 원입니다. 최근에 아동 수당을 1인당 월 10만 원씩 주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돈이 연간 3조원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면 1년에 2500억 원이면 됩니다. 4대강에 투입된 30조원을 복지에 사용했다면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렸을 겁니다.”- P165

“환부를 도려내듯이, 썩은 부역자들의 죗값을 물어야 한다. 고름을 짜내듯이, 영혼을 팔아 호가호위하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상식을 세워야 한다. 적어도 그들이 지난 과오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군 이래 최악의 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의 아픔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P10

“4대강 사업이라는 괴물은 탐욕이 꿈틀거리는 우리의 일상 속에 살고 있다.”- P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