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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개인적으로 슈타인과 니나의 삶에 모두 동감하지 못하겠다.
니나는 위험과 인생의 격정에 몸을 던지지만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살아가고, 슈타인은 모든 상황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지만 스스로 진실 앞에서 눈을 감는다.
대부분의 글이 슈타인의 입장에서 씌여졌기 때문에 니나보다는 슈타인의 입장이 되어 읽었다.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슈타인의 불안, 공포, 깊이 잠재돼 있는 생에 대한 갈망이 넘실대는 대목에서는 진저리쳐졌다.
미찬가지로 니나의, 본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데서 나올 수 있는 거만함이 돋보일 때, 특히 슈타인에게 본인을 죽였어야 했다고 강조하거나 독약을 건네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들은 너무나 오만해서 참기가 힘들었다.
니나와 슈타인이 그 긴 시간 동안 맺은 인연의 본질은 무엇인가. 생에 대한 잡힐 수 없는 욕망, 슈타인의 경우에는 완전한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행복, 니나의 경우에는 끊임없는 자기절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완전한 자유. 이것들에서 오는 즉, 완전함이란 이상을 현실 속에서 경험으로 구체화하고 싶어했다는 점이 둘의 인연을 이어가게 만들었을까.
슈타인은 니나가 마지막에는 결국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녀 특유의 우울함, 처연함 대신 명랑하며 현실적으로 본인의 지성을 발산할 수 있게 돼서.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니나는 사랑에 아파하며 또 다른 고통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고통의 크기가 줄어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니나의 본질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니나는 9살 때부터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고통이나 위험들을 절대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자기억제가 뛰어난 인물이지만, 본인의 뛰어난 능력을 자부하는데서 오는 오만함을 생을 바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썼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슈타인은 그녀를 여자로서가 아닌, 진정한 사람으로서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사람, 진정한 니나.
니나는 슈타인의 삶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슈타인의 고백과 고통, 마지막을 가질 수 있다. 그 또한 그렇게 생각하기에 편지를 보낸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자꾸 이러한 의문이 든다. 과연 그녀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단 말인가.
슈타인의 마지막이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