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한마디로 무일은 불편함이고 불편은 고통이고 불행일 뿐이지요. 무엇보다도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이지요.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 P72
나무를 치료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나무박사의 이야기다.항상 산을 보면서 인간의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이 험해보이지 않지만, 막상 올라가보면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인생과 똑 닮아있다. 바람에 휘청이는 나무도, 그들의 연약해보이는 가지도, 바위 틈에 뿌리깊게 내린 몸통도 모두 인간과 닮았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보는걸 좋아하고 산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 매서운 추위에도 뜨거운 햇빛에도 세찬 바람에도 그저 우뚝 서서 그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걸 보다보면 인간적인 위로를 받게 된다.요즘 들어 사람보다는 나무나 산과 같은 자연을 통해 받는 위로가 더 진실된다고 생각된다. 나와 달리 한 곳에서 평생 자라는 그들의 생애가 위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름도 하늘을 흘러가고 물도 자유롭게 계곡과 바다를 흘러가는데 나무는 한번 자신의 자리를 정하면 조용하지만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킨다. 하늘도 구름도 강물도 유연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멋지지만 나무는 그와는 다른 의미로 정말 멋있다.이런 나무의 상처와 아픔을 치료하는 저자 또한 멋있었다. 나무에 빗댄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솔직하게 공유해줘서 나 또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닮아가는 것 같다. 한 자리 우뚝 서서 햇빛과 바람과 비와 눈을 맞이하는 나무처럼 저자 또한 나무를 치료하는 길을 걸어가며 쓴 맛 단 맛 다 봤으니 말이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는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 P236
일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부심을 갖는 것이고,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을 실현해 나가면서 충족감을 얻는 과정이었다. - P183
한여름 우리의 눈을 기쁘게 하는 형형색색의 꽃들은 가지가 성장을 멈췄다는 증거다.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기만 하면 풍성한 꽃도꽃이 진 자리에 달리는 튼실한 열매도 볼 수 없다. 내처 자라기만 하면 하늘에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뿌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결국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나무는 스스로 멈춰야 할 때를 잘 안다. 지금까지최선을 다해 성장했고, 욕심을 내면 조금 더 클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나무들은 자라기를 멈춘다. 마치 동맹을 맺듯 나도 그만 자랄 테니 너도 그만 자라렴‘ 하고 함께 성장을 멈추고는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결국 나무에게 있어 멈춤은 자신을 위한 약속이면서 동시에 주변 나무들과 맺은 공존의 계약인셈이다. -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