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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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상생을 위한 길

저자는 식물분류학자로서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며 많은 식물을 봐왔고, 자연스럽게 식물을 사랑하게 됐다.

시골에서 자라도 지천에 널린 식물을 무심한 태도로 바라보며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저자는 부모님의 영향과 식물도감을 공부하던 열정으로 식물분류학자가 되었다.

저자는 다양한 활동을 하던 중 식물을 키우는데 고민이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 식물상담소를 열게 됐다. 하지만 많은 내담자들은 식물과 관련된 고민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게 됐고 저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보기도 하고 내담자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이 깊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잡초에 대한 식물학자의 따뜻한 시선이다. 나도 식물을 사랑하지만 사실 어디에나 있는 잡초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그저 인간이 분류해내지 못한 식물의 일종일뿐 잡초라고 불러서 식물의 가치가 낮게 판단될 수 있는건 아니라고 말한다. 난 이 생각이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고 식물을 바라보는 내 태도도 돌아보게 됐다. 나도 분명히 예쁜 꽃을 피우는 식물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웠지 잡초라고 불리는 것들을 보며 기쁨이나 행복을 느끼진 않았기 때문이다.

식물은 그저 존재하는 것인데 인간이 만들어놓은 관념 속에 갇혀 가치를 평가당하는 것이 식물에게 또 다른 폭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식물을 다르게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함부로 가치판단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식물을 진정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또 다른 이야기는 인간의 욕심으로 품종개량된 식물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가 식물학 교수와 출장을 갔을 때 마침 그 곳에서 튤립축제가 있었는데, 같이 동행한 교수가 튤립을 보고 징그럽다며 빨리 걸어갔다는 것이었다. 일반인인 나는 왜 그것이 징그러운 것인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저자의 설명을 읽고 이것 또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생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꽃 박람회나 축제에 가면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을 보며 즐거워하지만 사실 그것이 오직 인간만을 위해 품종개량된 식물이라면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튤립의 잎을 크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품종개량을 하면 아름답게 보일 순 있겠지만 정작 꽃잎이 너무 무거워 튤립이 계속 고개를 숙이게 된다. 식물을 사랑하는 식물학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징그럽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식물을 키우는 것 또한 생명을 키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이 자꾸 죽어서 고민이라는 내담자에게 저자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의 학명은 무엇이며 그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어떠한지 공부를 해보았냐는 질문을 던진다.

생명을 잘 키우기 위해서 생명이 원하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당연한데, 식물은 수용하는 생명이라 그런지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었다.

나도 조그마한 화분을 사서 키워보려고 했는데 신경을 잘 쓰지 못했더니 금방 죽어버렸던 경험이 있는데 이 부분을 읽고 그 식물에게 미안해졌다. 식물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무심함으로 식물을 죽였던 경험이 떠올랐고 그것은 식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편의에 맞춘 조건적인 사랑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체적으로 식물을 사랑하는 저자의 철학이 돋보이고 진정으로 식물을 키우는 것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또한 식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식물을 제대로 양육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 것처럼 식물을 움직이지 않고 반응이 없어 수동적인 존재로만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생명으로 인식하여 제대로 양육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서로 다른 성격과 기질을 발휘하여 꿈을 찾고 사는 것처럼 식물도 저마다 다른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여 살아간다. 모든 생물들 중에서 인간만이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특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모든 종에서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식물이 한 번 뿌리내린 곳에 가만히 있으며 환경에 무력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생명활동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식물이 마냥 수동적이며 나약한 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에는 다양한 종이 살고 있고 서로 상생하고 있다. 인간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서 생명의 다양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지구를 이루는 요소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모든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은 파괴적일 것이고 특히 인간은 그것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땅에서 자라고 나는 것들의 본질을 깨닫고 모두가 상생하는 길로 나아갈 때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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