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하

소설의 등장 인물인 가브릴라 아르달리 오노비치 이볼긴은 두번째 범주의 인물에 속한다. 그는 <훨씬 더 똑똑한 사람들의 범주에 들어간다. 물론 본인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독창성에 대한희망에 불타고 있기는 하다. 이 범주의 인물은 앞에서 말한 바와같이 첫번째 범주의 인물보다 훨씬 불행하다. <똑똑한 보통 사람은 잠깐 동안, 아니한평생이라 해도 괜찮지만, 자기를 천재적이고 지극히 독창적인 사람으로 상상한다 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에숨어 있는 회의의 벌레가 똑똑한 이 보통 사람을 절망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명 앞에 굴복한다해도 마음 깊은 곳에 틀어박힌 허영심 때문에 완전히 중독 상태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는 매우 극단적이다. 똑똑한 범주에 속한 절대 다수는 그처럼 비극적인 상황에 빠지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말년에 이르러 간장이 좀 나빠지는 정도에 머문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이 같은 범주의 인간들은 운명에 굴복하여 모든 것을 단념해 버릴 수 있게 되기까지, 젊은 시절부터 인생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상당히 오랫동안 어리석은 짓을 한다. 이 모든 것은 독창적 인간이 되겠다는 소망에서 빛어진다. 때로는 이보다 더 괴이한 경우도 있다. 독창적이 되어 보겠다는 열망이 지나쳐서 정직한 사람이 비열한 행위를 마다하지않는 경향까지 있다. 심지어 이불행한 사람들 중에서 어떤 이는정직할 뿐만 아니라 선량하기까지 하여, 가정의 신(神)으로서 가족은 물론이며 타인까지 부양하기도 한다. 평생 편한 마음으로살아가지 못한다! 이런 사람에게 자기가 인간으로서 훌륭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그 같은 생각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내 일생을 어디에 허비했던가? 무엇이 나의 손발을 묶어 내가 화약을 발명하지 못하게 했는가? 이런 하찮은 일들만 아니었어도 나는 어쩌면, 아니 틀림없이무언가를 발견했을 것이다! 화약인지 아메리카 대륙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틀림없이 발견했을 것이다!> 이러한 신사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체 무엇을 발견해야 하고, 무엇을 발견할 준비를 갖춰야 되는지조차 평생 동안 확고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발견해야 될 것이 화약인지 아메리카대륙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발견해야겠다는 고뇌와 갈망은 콜럼버스나 갈릴레이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을것이다. - P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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