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가을 봄 산색이 바뀌고 또 광선이 바뀌고 녹음졌던 절 숲, 고림桂林 나뭇가지에 초롱초롱 달빛이 반짝이는 정월 대보름날 밤이면 아마 옛날 신라의 숱한 아가씨들이 떼지어 탑돌이를 하며 무슨 소원을 부처님께 빌었을 것이다.
지금도 소원이 있는 사람이면 마음이 외로울 때 이 뜰이 조용한 틈을 타서 이 석단 앞에서 석단의 크고 작은 돌들을 바라보고, 범영루 너머로 석가탑을 바라보기를 권하고 싶다. 새벽이면 새벽대로 달밤이면 달밤대로 석가탑의 위토막은 희망처럼 은은하게, 멀게 혹은 가깝게 눈과 마음을 적셔 것이다.
- P2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