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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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인생철학을 얘기하다

달리기를 이제 시작하려는 사람들, 달리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머뭇거린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책이다.

두번째로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저자의 인생에 대한 자세나 달리기에 대한 생각들에 좀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이렇게 타인의 삶에 더 공감할 수 있게 됐을 때 나이만 먹은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하루키처럼 장거리 러너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번 달릴 뿐이지만 그래도 7년동안 꾸준히 달렸다는 점에서 나름 달리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날씨도 좋고 달리기용 스마트워치도 사서 목표기록을 달성하고자 열심히 달리고 있다. 저자가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자극해서 그 동안 슬럼프였던 상태를 회복시켜줬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두가지였는데 전반적인 인생 및 철학을 달리기와 연관시킨것과 목표기록이 달성되지 않아 슬퍼하는 저자의 경험이었다. 이 두가지 모두 나 또한 달리는 내내 느끼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운동을 싫어하던 내가 왜 달리기를 선택했는지는 지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달릴 때 매번 나를 다스리는 인내심과 꾸준함이 내 성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만큼 어쩌면 본능적으로 선택했다는 느낌도 있다. 숨이 턱끝까지 차고 다리근육은 비명을 지르고 온몸의 수분은 말라가는데 목표거리는 아직도 많이 남은 상태가 지속되다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걸 이기지 못해 포기한적은 별로 없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그 날 정한 목표거리는 꼭 뛰었었다. 이런 고집은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대하는지와 연결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인내하며 내 앞에 줄줄이 놓인 고난을 뛰어넘는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달리기와 내 인생철학의 공통점이다.

하루키 또한 작가로서의 삶을 얘기하며 달리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강조한다.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가로운 직업이 아니고 매일 일정량의 글을 집중력있게 쓰지 않으면 안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달리기가 이렇다. 달리는 순간에 집중하여 목표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페이스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며 힘들어도 발을 내딛는 꾸준한 자세가 중요하다.

사실 이건 작가뿐만 아니라 인생을 사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과정이다. 다만 달리기는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히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좀 더 극적인 활동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목표기록을 달성하는 것 또한 나를 단련시킬 수 있는 중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적정한 시간을 유지하면서 목표거리를 완수하는 것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참가한 10km 마라톤에서 부족한 훈련으로 기록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목표기록을 세우고 훈련하기로 했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마라톤이 다 취소돼버렸지만 자체적인 훈련은 이어나가고 있다. 한번에 잘 뛰는 요령은 있을 수 없기에 꾸준히 체력을 길러가며 뛰고 있다.

요즘 들어 독서의 순기능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내가 될 수 없거나 체험하기 힘든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내 인생에 유의미한 깨달음을 얻는 것,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때 두려움을 줄여주는 것, 내 안의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 이 책이 그렇다. 읽으면 읽을수록 다시 달리고 싶어진다. 마음이 힘들어 아무것도 하기 싫었을 때, 내 안의 열정이 소진돼버렸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다시 열정이 살아나는게 느껴진다. 내 자신이 나에게 강요해 어쩔 수 없이 나가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다시 목표를 향해 질주했던 그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나간다.

그래서 요즘에는 하루키와, 이 세상 모든 러너들과 즐겁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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