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의 시장 1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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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 군상이 만들어낸 허영의 시장
레베카와 아멜리아가 기숙학교에서 세상으로 나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둘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매우 다른데 레베카는 신분이 낮은 고아로서 사람들을 조종하고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자신의 이득에 따라 움직인다. 그에 반해 아멜리아는 부잣집 딸로 태어나 주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어느 누구에게든 사랑이 넘치며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한다.
가난하게 자란 레베카는 신분상승을 위해 사람들을 이용한다. 풍요롭게 자란 아멜리아는 사람들의 보호에 둘러싸여 순수하게만 자란다. 만약 작가가 둘의 성격을 바꿨다면 레베카는 가난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캔디형 캐릭터가 됐을 것이고, 아멜리아는 본인의 환경을 이용하여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이용하는 캐릭터가 됐을 것이다.
아멜리아는 너무 순진하고 사랑만을 갈구해서 문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좋은 남자가 아님에도 그가 조금만 눈길이나 관심을 주면 영웅이니 관대한 남자니 온갖 찬사를 늘어놓는데 참 안타깝다. 자신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도빈이 아니라 틈만 나면 그녀를 버리고 자신의 유흥을 찾으러 나가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해도, 그녀가 레베카의 성격을 조금만 닮았더라면 온종일 자기를 괴롭히는 불안감이나 우울함은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다.
레베카는 도빈의 말처럼 요부다. 타인에게 관심받는걸 즐기고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는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이득에 따라 사람을 이용한다. 머릿속에 신분상승밖에 없는 인물이며 순진한 아멜리아를 이용하고 그녀의 불행을 즐기는 모습은 교활하고 인간적이지 않다. 그녀는 로던을 사랑해서라기보다 본인이 손쉽게 다룰 수 있고 어느정도의 신분 상승도 가능하기 때문에 결혼했을 것이다.
이는 나폴레옹과의 전쟁에 나간 조지와 로던을 대하는 아멜리아와 레베카의 모습에서도 아주 잘 알 수 있다. 아멜리아는 진심으로 조지가 살아오길 기도한다. 레베카는 그가 돌아오지 않을 때를 대비해 본인의 재산을 가늠해보고 전쟁을 한몫 챙기기용으로 이용하기에 바쁘다. 사랑을 대하는 두 여자의 모습이 너무 달라 재밌다.
이러한 인물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허영의 시장은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심에 의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닫히는 일이 없었다. 읽다보며 든 생각은 돈, 즉 자본이 생기는 순간부터 이 시장도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너무 결정론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의 탐욕이 돈과 결합하는 순간, 허영의 시장은 계속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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