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강연 p. 157-158

첫째, 고전이 되는 좋은 책은 인간과 삶에 대한 깊고 정직한 이해를 보여 준다. 좋은 책, 특히 좋은 문학 작품들은 인간의 모순됨과 허약함 그리고 욕망의 파국적 힘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드러낸다. 삶의우여곡절에 작용하는 힘에서 도덕이나 가치 또는 합리성에 의해 제어되는 부분이 의외로 작다는 것도 잘 보여 준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삶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태도에 대해서 그리고 그 속에서 꽃피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게 해 준다. 이러한 인간과 삶에 대한이해는 연역적 지식이나 이해의 그릇에는 잘 담기지 않는다. 그것들은 풍부한 구체적 세부들에 대한 체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습득될 수있다. 고전의 목록 가운데에서 문학의 비중이 큰 까닭은 바로 이러한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좋은 자질을 고전이 지닌 형성의 힘이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둘째, 고전이 되는 좋은 책은 삶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던지고 그에 대한 사유의 힘을 보여 준다. 대개의 경우 삶과 세계에대한 근원적인 물음은 되풀이해서 물어야 하고 또 되풀이해서 새롭게 사유되어야 한다. 고전은 이런 물음과 사유를 자극하고 도와주고발판이 되어 준다. 가령 근원적인 물음을 높은 산에 오르는 등정에 비유한다면, 고전은 과거에 그 산을 등정했던 자의 등정기와 같다고 할수 있다. 우리는 그 등정기에 의존해서 거기에 큰 산이 있음을 알고또 보다 적은 위험과 수고로 산에 오를 수 있다. 이는 고전이 지닌 탐구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 고전이 되는 좋은 책은 존재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지니고 그에 따라 새로운 통찰을 보여 준다.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통찰은 존재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 지평을 넓혀 준다.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었지만 인식의 그물에 잡히지 않았던 존재와 세계의 모습,혹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나타난 존재와 세계의 모습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책이 그러한 책이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아예 이러한 자질을 소설의 유일한 존재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제껏알려지지 않은 존재의 부분을 찾아내려 하지 않는 소설은 부도덕한소설이다."라고, "유럽 소설의 역사를 이루는 것은 발견의 계승"이라고 말한다.쿤데라의 말을 빌려서 이러한 고전의 자질을 발견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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