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노동 p. 22

발전이 입히는 피해를 모면하는 것이 새로운 ‘만족‘을 얻는 것보다 더 절실하게 추구하는 특권이 되었다.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통근할 수 있는 사람은 알고 보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고, 가정 분만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알고 보면 엘리트 학교를나온 사람이며, 아플 때 의사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알고 보면 이미 희귀하고 특별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다. 또 맑은 공기를마실 수 있는 사람은 알고 보면 부자이거나 행운아이며, 허름한집이나마 직접 지을 수 있는 사람 역시 진짜 가난한 이가 아니다. 오늘의 하층민은 후견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제공하는 역생산성 꾸러미와 도움을 어쩔 수 없이 소비해야 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반면, 특권층은 그런 것들을 마음대로 거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공평한 발전이 생태적으로 불가능한 것임을 자각한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설령 공평한 발전이 가능하더라도 우리 자신을 위해서는 그 이상의 발전을 바라지도,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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