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에서 1 p. 117

한 가지 생각이 마음을 괴롭혔다. 혼자서 성단소(聖壇所)를 지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교생이 의례에 참석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아들의 견진례를 보러 온 학부모들도 있다. 이들에게 절룩거리며 걷는 자신의 모습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이 두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되자 갑자기 굴욕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들 었다. 대성당의 드높은 천장 아래 하찮고 작은 존재가 되어 성단소를 향해 절룩절룩 걸어가면서, 그는 뚜렷한 의식으로 사랑 의 하느님께 자신의 불구를 제물로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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