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 Born to Run - 인류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질주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여름언덕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인류학적으로 달리도록 설계됐다는 것에서부터 런닝화를 판매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의 상술까지, 울트라러닝 외에도 달리기라는 주제를 다루는 폭이 넓다. 달리기는 독서와 더불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다. 그래서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영감 받는 것을 좋아한다. 이 책은 달리기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었고 감동도 있었다.
울트라러닝이라는 극단의 달리기를 통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다. 이것은 곧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파된다. 진심이 담긴 마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결국 달리기와 인간을 주체를 구분할 수 없이 하나로 만든다.
4월에 10km 마라톤을 나갔다. 평소 연습한대로만 하자며 나 자신에게 약속했지만 사실은 목표와 욕심이 있었다. 달리기를 끝내고 아쉬웠던 점은 욕심을 채울 수 있을만큼 전력을 다해서 달리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기 기량에 맞게 적절히 페이스조절을 하면서 달려야 하지만 너무 여유있게 달리는 바람에 마라톤을 끝내고 나서도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왜 에너지가 남는가. 왜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난 에너지를 느끼지 못했는가. 두려움 때문이었다. 목표를 안전하게 달성해야 한다는 두려움. 그것이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달리게 만들었다.
달리기 자체에 집중할 때 환희와 기쁨을 못 느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어느 순간 앞에 놓인 길들이 두려워 마음보단 머리로 달렸다.
전세계에서 가장 잘 달리는 타라우마라족은 나와 정반대였다. 달리기를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 달리는 이들과의 유대감을 공고히 해주는 축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순수한 즐거움으로 달리기를 대했으며 평온하게 달렸다.
하지만 나에게도 달리기에 대한 철학이 있다. 달리기는 내가 힘듦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겠다는 나와의 의식이다. 그래서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어야한다. 그래서 나에게 달리기란 한계를 온전히 감내했을 때 찾아오는 평온함이다. 타라우마라족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세계의 수많은 러너들은 각자 달리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것이다. 나 역시 달리기를 사랑하는 러너로서 달리기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있다. 이 책은 미국인과 오지의 부족이 함께 트레일 러닝을 하기까지의 눈물나는 노력과 결국 그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달리는것을 생생히 기록하며 독특한 개성과 달리기에 대한 정의를 획득했다. 결국 본질은 같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들과 나는 달리기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든,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내 다짐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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