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p. 213

아나그레트는 한참을, 30분 정도를 말없이 서서 그가 구덩이 파는 모습을바라보았다. 안드레아스는 아나그레트와 가까워진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낮설기도 한 감정이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그들은 함께 사람을 죽였으나, 아나그레트는 나름의 생각과 동기가 있었다. 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었다. 안드레아스는 다시금 아나그레트에게 고마움을 느꼈는데, 그녀는 남성적인 방식으로는 영리하지 않았지만 여성적인 방식으로는 영리했다. 이런 짓을 저지르고 나서 둘이 함께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나그레트는 즉시 파악한 반면, 안드레아스는 알지 못했다. 이후 둘이 떨어져 지내게 되는 시간은 끝없는고문일 터였다. 아나그레트는 고작 열다섯 살이었지만 생각이 빨랐고 그는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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