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것을 망각했다. 나 자신을 알 수 없게 되었느데 무엇인들 망각하지 않겠는가? 겉치레를 중시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마음의 평정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끝장났다. 하루아침에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자 기쁨도 다시 찾아왔다. 한 소박한 남자가 나와 평생의 인연을 맺고 싶어 했다. 그는 정직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사랑했지만, 병마가 그를 낚아채고 말았다.
나는 그의 무덤을 찾아갔다. 태양이 도시의 지붕과 성탑들,
나무의 우듬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저 멀리 내 앞에 놓인 삶을 즐겁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내 인생인데,
달리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