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西海 > 후지면 지는거다
중학교 때 박노해 시인이 감옥에 가게되었다는 기사를 접했고,
대학교 때 처음으로 박노해 시인의 시집 <노동의 새벽>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 후, 10년이 되어 다시 새로운 시집과 함께 박노해 시인을 직접 만나는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나눔문화연구소로 들어서는 길도 신선했고(초를 켜고 반갑게 맞아주시는^^), 연구원분들의 따뜻한 배려도 좀 놀라울 정도였다. 그렇게 차를 마시면서 박노해 시인을 기다렸고 드디어 "두둥" 그를 만났다. 사진기를 들고 있던 프로필 사진이 날카로워보여서 좀 걱정을 했는데, 환한 미소에 나지막한 목소리리가 흡사 맘좋은 신부님 같은 모습이었다.(물론, 형님이 신부님이고 가톨릭 정서를 갖고 있는 것도 배경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른 작가와의 만남도 좋았지만, 이번 박노해 시인과의 시간은 좀 달랐다. 뭐라 표현해야 할까?(참 좋은데^^) 나지막한 목소리에 진정성을 갖고 답을 하는 시인에게서 "우문현답"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낮은 곳에서 조용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활동하는 시인의 삶이 "시"와 "시인의 목소리"에 정말 진실하게 담겨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물론, 내가 감정에 휩쓸려서 시인을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성"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틀 전, 신문에 실린 기사제목인 "후지면 지는거다"의 의미도 작가의 목소리로 정확하게 들을 수 있던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 아닐까 싶다. 본질에 가까이 아름답고 멋지게 살면 이기는 거고, 그 반대로 살면 지는 삶이라는 정도^^
작가와의 만남이 예상보다 길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힘이 들었지만, 마음만은 뿌듯한 가을날의 멋진 추억의 시간이었다.
<후지면 지는 거다>
불의와 싸울 때는
용감하게 싸워라
적을 타도할 수 없다면
적을 낙후시켜라
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돈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크기로 이기는 거다
미래의 빛으로 이기는 거다
인간은, 후지면 지는거다
웃는 나의 적들아
너는 한참 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