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ㄹㄷㅇ > 김연수와 함께 보는 할매꽃

 

 

 

 

 

 

 

할매꽃은 자주 구독하는 영화잡지에서 칭찬(?)을 해서 기억하고 있는 영화였다. 그 후로 접할 기회가 없어서 잊고 지내다가 알라딘의 이벤트에 당첨되서 보게 됐다. <송환> 이 후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못 접하다가 최근에 <나의 마음을 지지 않았다>를 봤다. 그 영화를 보고 다큐멘터리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할매꽃도 나의마음은 지지 않았다 처럼 '할머니'가 주인공인 '다큐'라 관심이 갔다. 더군다나 알라딘에서 고맙게도 '김연수'작가와 함께 할매꽃을 보게 해줘서 무척 행복한 마음으로 관람했다. 

영화는 뜬금없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추어탕"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추어탕 원조인 남원보다 맛있는 추어탕이니,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맛있는 추어탕이고, 추어탕은 우리나라가 제일 맛있으니 세계 최고의 추어탕을 만든다는 호방한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추어탕 식당의 풍경은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이다. 카메라는 이 일상을 비추다가 갑자기 할머니 이야기를 꺼낸다. 외할머니는 남편, 오빠, 시동생, 남동생을 이념때문에 잃거나 떠나보내거나 해야했다. 남편은 빨갱이로 몰려 고문을 받다가 후유증으로 알콜중독에 걸렸고 폭력을 휘둘렀다. 오빠는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자수하러 내려오는 길에 경찰 친구의 손에 총살 당했다. 시동생은 남편이 경찰에 끌려갈 때, 경찰이 쏜 공포탄에 놀라 평생 정신 이상을 앓았다. 동생은 형의 죽음으로 홀로 일본으로 떠났다. 

감독의 외할머니의 남편, 오빠, 시동생, 동생의 불행은 그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자식, 부인들의 고통으로 되풀이 됐다. 시동생의 부인은 평생, 평생 자기를 의심하고 새벽 3시만 되면 교회에 나가 종을 치는 남편 수발을 했다. 외할머니의 오빠의 딸은 평생 아빠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른채 살았으며, 일본으로 건너간 외할머니의 남동생의 딸은 친척도 연고도 없는 북한으로 홀로 보내져 가족들과 평생 생 이별을 했다. 이념의 후유증은 연좌제만이 아니었던 거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은 "어느 집이든 다 이만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라고 했다.  감독의 어머니도 어느 집이든 이런 얘기없는 집이어딨냐고 했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있는데, 한국의 근대는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도 크고 무거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책에서 공부할때와 책과 영화로 접할때의 근대는 질량감이 너무다르다. 나는 가끔 그 시대에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으면, 고통을 견디고 초월해 <나의 마음>에 송신도 할머니처럼, <할매꽃>에 작은 외할머니처럼 덤덤하게 얘기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어떤 초능력으로 그 세월을 견디셨을까. 나는 할머니의 고통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그 가족에 대한 고통에는 공감이 됐지만, 감독이 하대 마을이 이름을 바꾼이유, 하대 마을에 대한 내력 설명을 길게 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보였다.  중대와 상대는 지식인층이라 좌익 사상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고 하는 대목에서 좀 불편해졌다.  그리고 왜 감독은 자꾸 어머니에게 어머니의 삼촌을 죽인 딸을 찾아 가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자기 가족이 연좌제로 고통 받은 것처럼, 자기 가족을 죽인 딸에게 찾아가 "너네 아빠가 내 삼촌을 죽였다"라고 하면 그것 또한 연좌제가 아닌가. 가족사를 통해 근대사를 풀어 나가는 것은 좋지만, 자기 가족사를 중심으로 주변의 가족이나 마을, 이념을 죄인 취급하고 대상화 시킨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외할머니의 오빠를 죽인 그 가족도 피해자가 아닌가. 결국 외할머니의 오빠를 죽인 그 사람은 자살을 했다.   

다행히 영화는 감독의 어머니가  친구(어머니의 삼촌을 죽인 경찰의 딸)를 만나려고 엘레베이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에서 끝난다. 그 이후에 내용은 어머니에게도, 그 친구에게도 비극이기 때문에 나는 영화가 끝나갈 수록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가족이 겪은 연좌제를 상대편의 이념과 가족에게 씌우는 연좌제로  느껴질 법한 소지가 있어 <할매꽃>은 나에게는 조금 알쏭달쏭한 영화였다. 감독은 다른 것을 의도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생각할 거리와 김연수작가님을 만나게 해준 알라딘에 무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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