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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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꽤 괜찮은 유토피아가 아닌가?
작가는 비꼬는 용도로 멋진 신세계를 인용했지만 책을 읽은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1984에서는 통제의 수단으로 적절한 궁핍을 선택했기 때문에 멋진 신세계의 세계국과 더욱 대비가 됐던 것 같다. 1984를 읽을 때는 괜히 내 몸이 다 간지러울 정도로 음습하고 꿉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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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설을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은, 왜 디스토피아 소설은 유일한 반체제 인물이 끝내 제거됨으로써 완성되는가 였다. 두 작가 모두 지금 현실이 유토피아는 아니더라도 차선이라는 메시지를 주고싶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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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국에서는 모체가 아닌 유리병에서 아이가 탄생한다. 잉태, 아니 육성하는 기간동안 감마와 베타에게 훗날 각자의 직업에 따라 겪게 될 가혹한 환경들을 그들이 오히려 즐기도록 조작한다. 이를 보고 얼마 전 읽은 기사가 떠올랐다. 양계업에서 비좁은 철창과 가학적인 생육방식을 해결하기 위해 닭들의 중추신경을 조작하여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시도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잔인하다는 반응이 꽤 많았던 기억이 난다. 10원이라도 가격을 내리려는 경쟁이 치열한 양계업에서 갑자기 동물복지가 기적적으로 바뀔까? 당장 내년부터 그게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이미 수천만마리의 닭이 고통속에 죽은 후일 것이다. 전 세계인이 닭을 위해 고기를 끊을 수 있을까? 바꿀 수 없는 악조건 속이라면 고통이라도 없는 것이 차선일 것이다. 물론 나도 닭들이 자연속에서 수명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닭들의 신경을 조작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거북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철창 속의 닭이 아니라서 하는 편한 소리가 아닐까? 이처럼 당장 오늘 하루하루의 노동의 강도가 버겁고 먹을 쌀이 없는 괴로운 사람에게는 빌어먹을 자연스러움이란 먹지도 어디 쓰지도 못 하는 허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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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술이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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