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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써먹는 최강의 반도체 투자 - 한발 앞서 읽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모든 것
이형수 지음 / 헤리티지북스 / 2023년 1월
평점 :
대한민국은 석유가 나지 않지만 반도체가 생산된다. 대한민국을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풍월을 읊을 수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연 매출이 어떻고 연내 투자금이 얼마고 등등 경제기사를 보다 보면 내가 마치 반도체 전문가가 된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그저 전문가의 리포트를 보고 되풀이하는 피상적인 내용일 뿐, 실제 반도체가 무엇이고 어떠한 기술적 해자가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다툼에서 우리나라는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내 스스로가 반도체를 투자함에 있어 명확하게 설명하고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반도체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끌리는 작가 소개를 보게 되었다. 'IT의 신'이라는 유치하면서도 재야의 고수티가 팍팍 나는 별명을 가진 이형수 대표님이었다. 그는 IT 전문기자로 업계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이었다. 다수의 방송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을 해 반도체, 2차 전지,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의 기술적, 산업적 이슈를 설명해 주기도 하고, 정부기관과 대학들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저자의 이력과 방송에서 이야기하셨던 내용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의 저서 [바로 써먹는 최강의 반도체 투자]를 바로 받아서 읽었다.

책은 총 3개의 PART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PART1. 반도체 투자, 지금 바로 시작하라
이 파트에서는 반도체의 가치와 사이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의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중국 양강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형국이다. 반도체야말로 앞으로 미래를 이끌 4차 산업의 기본이기 때문에 양국은 첨예한 대립 중이고 우리나라는 양쪽으로 압박을 받는 중이다. 거기에 현재 반도체 산업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으로 재고율이 증가하는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저자는 이 보릿고개만 잘 넘긴다면 DDR5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가져올 상승 사이클은 추세가 길고 오래갈 것이라고 한다. 투자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변동성이 큰 장비를 시작으로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인 소재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힌트도 주고 있다.
PART2.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위해 반드시 알야야 할 것들
이 파트는 한마디로 반도체 제작 기술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반도체는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공정 과정에서 기술의 발전 흐름과 생산제품에 따라 적용되는 기술과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모든 공정에서 상장된 주요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어 투자자에게 산업과 기업의 기초를 쌓는 데 도움을 준다. 여러 도표와 각주로 저자가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있지만 너무 전문적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다면 기술적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PART3. 한발 앞서 읽는 반도체 시장의 미래
마지막 파트에서는 세계 빅 테크-애플, 테슬라, 구글, ARM, TSMC, 퀄컴, ASML과 NXP, 삼성 등 세계적 기업들의 미래를 정조준하고 있는 전략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인류의 미래를 바꿀 확률이 가장 높다. 그들의 향방을 예의 주시함으로써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파운드리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이 제발 크게 일어나길 바란다.

왠만하면 한번에 책을 쭉 읽는 스타일인데 이 책은 읽다가 힘들어서 멈출 정도로 나에게는 어려운 책이었다. 특히 PART2의 기술쪽 파트가 너무 어려웠다. 마치 더하기 빼기 막 배운 학생인 나에게 선생님이신 저자가 미적분을 설명하시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통용되는 용어도 모르는 단어가 많았고 설명하신 기술 내용도 기초를 간신히 이해했다 싶으면 바로 심화 내용이어서 읽다가 쉬어야 했다. 나처럼 반도체 산업 전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독자에게는 반도체 기술발전에 따른 순차적인 흐름을 먼저 가볍게라도 설명해주었다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는 중급자에게 맞는 수준의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어렵기만 한건 아니다. 챕터 중간중간 [반도체 투자전략 체크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이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어 상당히 유용했다. 공정별로 기술력을 가진 주요 기업을 소개하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이것만 공부해도 당장은 반도체 산업의 큰 흐름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이 부분들만 정리해도 반도체 산업을 이야기하는데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기업별 기술적 해자에 대해 심도 있는 이해를 하고 싶다면 추가 공부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흐르고 싶지 않지만 책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답답했었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대만도 범국가적으로 자국의 반도체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 기업들이 맨몸으로 태풍을 맞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까웠다.
PART1과 3은 현재 반도체 산업과 미래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서술 많다. 때문에 기술 자체의 내용보다는 기술의 흐름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빠르게 저자의 의견을 취합할 수 있다. PART2는 공정흐름에 따른 기술적 내용이기 때문에 기술적 해자에 관심많은 투자자에게 흥미를 유발할수 있어 시간이 없는 독자의 발췌독 하기에 유리해 보인다.
반도체 산업에 있어 CPU에서 GPU로 중요도가 변했듯이 시대가 변한다. 빅 테크가 보는 미래에 따라 앞으로도 기술의 발전방향과 요구되는 기술에 따라 지금과 다르게 바뀔 수 있다. 미래의 근간은 반도체이다. 이 책을 통해 전문가인 저자의 시각을 공유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원한다면 한 번은 읽기를 권한다. 기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책 속 산업의 흐름과 수많은 기업들의 이야기만으로도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