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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종말은 없다 - 세계 부와 권력의 지형을 뒤바꾼 석유 160년 역사와 미래
로버트 맥널리 지음, 김나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12월
평점 :
디플레이션의 시대에서 살다가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내 주변과 세계가 혼란스럽다고 느끼고 있었다. 딱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어떤 선택이 나에게 유리한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부족함을 알기에 여기저기 지혜를 구하던 도중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세계 부와 권력의 지형을 뒤바꾼 석유 160년 역사와 미래"
"이 책 한 권이면 유가 변동성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원유의 시대가 끝났다는데 과연 그럴까?"
"지금의 에너지 지형의 기원과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양서"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석유 시장을 바라본 책"
책 표지의 월스트리트 저널, 강남규 기자, 오건영 부부장 외 상품 및 에너지 전문가들의 추천사는 나에게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했다. 그 책은 바로 로버트 맥널리의 [석유의 종말은 없다]이다.

책은 프롤로그와 본문 2부 10장,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문은 석유의 역사를 시대순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1차 변동기 : 석유 시대의 시작인 시점이다. 검은 황금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광기로 폭락과 폭등의 극심한 가격 변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록펠러 시대 : 수요 폭발로 급격히 팽창한 석유 시장을 록펠러를 주축으로 한 카르텔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공급을 통제하기 시작했던 시대. 안정기이기도 하다.
2차 변동기 : 스탠더드오일의 해체 이후 다시 도래한 급변기. 전쟁으로 석유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겪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있던 시대이기도 하다. 할당제가 시행되었고 유전 확보를 위한 계엄령 발동으로 군대가 출동하던 시대이다. 쿼터제가 시행되면서
텍사스 시대 : 텍사스에서 발견된 대형 유정과 여러 요인들로 미국 내 공급이 안정되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정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7대 석유사의 국제 카르텔이 형성되어 중동 석유를 개발하는 시대이다.
OPEC 시대 : 중동의 개화기. 국제 카르텔이 가지고 있던 석유의 공급 주도권이 중동의 여러 나라의 연합인 OPEC으로 넘어간 시대이다. 이를 위해 금수조치 등 석유를 무기로 한 오일쇼크 사건들이 있었다. 이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적정 공급량을 맞추기 위한 스윙프로듀서(감산과 증산)의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사우디의 절대적 희생과 손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2000년 이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이상의 스윙프로듀서 역할을 거절했다.
3차 변동기 : 세일가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시대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석유의 특징
석유는 수요와 공급에 무감각하다 혹은 가격 변동에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심한 가격 불균형과 급등락이 발생한다.
석유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수요가 비탄력적이고 대체상품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공급도 비탄력적이다. 자본집약적 산업이기에 선행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 비용도 높다. 투자가 되었다면 수요가 둔화되었다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시에 업스트림(시추 및 생산), 미드스트림(운송), 다운스트림(제품생산 및 판매)의 각 과정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동시에 보관이라는 버퍼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결국 통합(=카르텔)을 통한 공급의 조절은 석유산업의 생존 방식이었다.

나는 OPEC의 시대부터 살아오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초창기의 석유의 개발부터 록펠러의 시대, 이후 혼돈의 시대 등 역사적 사건들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특히 록펠러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고 그의 석유 제국을 세우기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는지도 상당히 궁금해지기도 했다. 동시에 책을 계속 읽어가면서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확대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급과잉은 공급자 스스로를 죽이게 되니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가격을 통제하는 누군가가 나타난다. 그리고 동시에 기술의 발전을 트리거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시 되풀이된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도래한 혼란기이다. 아마 가격은 극심하게 변동될듯하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모르지만 결국 역사의 발자취처럼 적정가격을 형성하지 않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카르텔의 순기능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학창 시절에 배운 독과점은 폐해가 많다. 그러나 석유의 특징 때문에 석유산업에서는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카르텔은 당연하고 오히려 선한 조절자이라고 저자가 석유의 역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나는 석유가 현대 건설업계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수요와 공급에 시차가 존재하고 필수품이고 동시에 공급자의 카르텔이 잘 형성되었다는 특징들에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은 후반부 세일 가스의 발전과 에필로그 부분이었다. 기초적인 세일 가스의 생산방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일반적인 유정의 생산량보다 세일가스의 생산량의 급증 속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비축유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특징은 큰 시사점이라고 생각되었다. 다만 나처럼 환경 부분에 무던한 이도 환경 부분에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미래에는 지금과 다른 환경 이슈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미래 전망에 대해 자신의 여러 의견을 이야기했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괄식 방식의 책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 순으로 글이 서술되지만 중간중간 비교를 위해 앞뒤 시대를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진행한다. 여기서 잠깐 흐름을 놓치면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면 앞부터 다시 읽어야 해서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거기에다가 번역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간중간 저자의 이야기 흐름과 다른 번역이 있어 이해하지 못하고 앞으로 돌아가서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여러 번 해야 했다.
번역의 아쉬움이 있지만 책 내용 자체는 상당히 유익했다. 석유라는 상품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경제 전반에 관심이 있는 독서가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그대로 반복되지 않고 변형된다는 말에 딱 맞는 석유의 역사서이고 미래를 보게 해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정말 능력만 된다면 원서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