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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나는 독서 편식이 있다. 보통 책을 읽을때 관심있는 분야를 집중해서 읽는편인데 소설은 요새의 나에게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가능한 다양한 책을 읽기 위해서 일부러 노력하려고 하던차에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를 보게 되었다.
작가인 요아브 블룸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2018년 발표한 소설 <우연 제작자들>은 지난 20년간 최고의 SF/판타지 소설로 꼽히며 Retro-Geffen상을 수상했다. 특별한 위스키와 미래를 알려주는 신비한 책을 소재로 한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는 그의 두번째 소설이다.
책은 신비한 책속의 첫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벤에게 말하고 있는 듯한 책의 문장들로 벤이 책이 말한대로 하임 울프가 유산으로 남긴 신비한 위스키를 가지고 위험을 피해 도망쳤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벤은 어찌할지 모를때 책의 조언을 얻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신비한 위스키를 제조한 술집 "바 없는 바"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그 위스키가 타인의 경험을 이식시킨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하임 울프는 평범한 노인이 아니었다 그는 음식에 경험을 저장해서 그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타인의 경험을 이식시킬수 있는 마법사같은 존재였다. 그는 여러 경험자들에게서 경험을 받아 저장했고 그것을 판매했다. 그리고 그의 진정한 유산인 경험이 가득한 도서관같은 곳을 찾을수 있는 열쇠와 같은 위스키를 벤과 오스나트에게 각각 남겼다.
기자를 꿈꾸지만 기자라고 할수 없는 소심하고 샌님같은 벤은 타인의 관점으로 보면 학창시절도 그 이후 사회생활도 루저같다. "바 없는 바"의 유일의 바텐더이자 언제나 당당한 오스나트는 사랑에 관해서 만큼은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다. 둘을 돕는 "바 없는 바"의 주인인 벤쳐부인은 울프의 경험자였고 그의 후임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긴의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또다른 경험자 스테판은 은밀하고 불법적이며 위험한 일을 하는 경험자였다. 그는 한 구매자와 전속계약을 맺고 온갖 경험을 판매한다. 그러던 중 울프가 남긴 위대한 유산인 경험의 도서관을 차지하기 위해 벤과 오스나트를 위협하고 위험에 빠트린다.
책이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것같았다. 묘사가 섬세하여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는듯 장면장면이 연상되었다. 그러면서도 정말 특별한 것은 벤이 가진 신비한 책을 읽는 부분이었다. 하나의 장으로 책의 내용이 구성되어있는데 이야기가 흘러가는 중간중간 포인트가 된다. 특히 영화와 같은 장면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나온 책부분은 뜬금없다가도 중요한 순간이고 주인공들의 판단과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독자에게도 신비한 경험을 하게 한다. 마치 이 책 자체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독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마법의 책같다.
벤이 스테판에 대항하기 위해 타인의 경험을 자기화하기위해 술을 마시는 장면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처음 훈련하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매트릭스에서는 육체가 아닌 의식만이 접속한 상태이기에 네오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지만 벤은 경험을 자기화하는 것이다. 여러 전투경험을 자기화 했다고 해서 신체능력도 경험에 맞추어 그렇게 향상될까? 사랑에 냉소적인 오스나트는 강제로 주입된 스테판을 사랑했던 경험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스테판은 자신의 경험을 이식받은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질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타인의 경험을 생생히 느끼고 자기화 하는 것으로 사람을 바꿀수 있는 것일까? 어려운 문제다. 7장에서 신비의 책은 "테세우스의 배"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는 상당히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독자에게 혼란의 극치를 준다. 시간의 흐름도 엉키는 기분이다. 이 책의 진짜 저자는 누구일까? 난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흥미로운 소설책을 찾고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