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
이경진 지음 / 북플레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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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먼드힐의 이층버스

제목부터 유난히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이다. 그래서 읽고 싶었던 많은 책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겨 두었다. 산에 가는 날 배낭에 넣어 계곡가에서 여유롭게 읽으면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내가 상상했던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첫 장부터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앞에서 허탈한 웃음을 짓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손에서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이야기의 구성은 치밀했고, 여러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전개되는 방식은 몰입감을 높였다. 문체 또한 담백하면서도 섬세해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읽는내내 소설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어 내 가슴을 아프게 해서 사실 이 서평을 더디게 썼던 것 같다. 

  소설은 민정이 철수와 결혼해 캐나다 리치먼드힐로 이민을 가면서 시작된다. 둘은 사랑스러운 아들 타미와 함께 소박하지만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폭풍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민정과 타미는 큰 교통사고가 나고 타미는 식물인간이 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픔을 품고 살아가며, 독자는 그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철수와 민정이 서재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였다.

“철수씨는 무서운 거 없어?”

“너희 둘을 잃는 거.”

짧은 대화이지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불안과 상실의 감정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 장면을 읽는 순간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직감하게 되었고, 그 예감은 끝내 빗나가지 않았다.

특히 책 속의 이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삶은 지독히 불공평할지 몰라도, 죽음만큼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 벅찬 사랑을 받으며 생을 만끽한 이에게도, 미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아이에게도, 이제 그만 쉬고 싶다며 고단한 몸을 누인 노인에게도, 끝은 예외 없이 죽음이다.”

누구에게나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나 역시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아파올 때가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가장 끔찍한 순간을 평생의 후회로 안고 살아간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또 다른 후회는 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라면 이 소설 속 '과거로 돌아가는 이층버스'를 타지 않을 것 같다. 과거를 바꾸기보다 지금의 선택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는 단순한 시간여행 소설이 아니라, 사랑과 상실, 후회와 용서에 대해 깊이 묻는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gbb_mom 단단한맘
@_book_pleaser 북플레저

 ♥<단단한 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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