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ㅣ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헤르만헤세빈센트반고흐안부를전하며
#홍선기 #모티브
#단단한맘수련서평단
헤세와 고흐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생각하며 무척 기대했던 책이다. 책이 너무 빨리 읽혀서 오히려 천천히, 꼼꼼히 읽어보려고 일부러 시간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헤세와 고흐 관련 도서를 많이 읽었지만, 헤세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헤세가 자신의 작품 속에 자신을 투영시켰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의 삶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시작은 서명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서명과 함께 안부를 전한다. 사실 만난 적도 없는 두 사람이 서로 안부를 전했다는 설정은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헤세가 고흐의 작품을 알고 있었고, 그의 운명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안부를 전하는 형식’으로 책의 시작을 구성한 것 자체가 무척 독특하게 느껴졌다.
“헤세의 안부란 타인을 향한 관심과 의식의 표현이며, 상대방의 내면적 본질에 대한 인정이다. 반면 반 고흐에게 안부의 형식은 무엇보다도 부재하는 물리적 현존의 대체이며, 감정의 닻이었다.” - p.12 서문
이 책에서 ‘스물세 살의 헤르만 헤세’를 읽으며 지난 나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미묘한 감정의 동요가 일기도 했다. 최근 헤르만 헤세의 책 여러 권을 읽은 후, 함께 읽었던 아이들이 “왜 우리는 이렇게 우울한 책으로 수업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고전이자 성장소설이라는 이유로 필독서가 되어버린 헤세의 작품들. 그러나 내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 가운데, 헤세의 작품은 내 가슴 한구석을 가장 아프게 했다. 그리고 헤세의 어린 시절을 보며, 왜 그의 거작들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린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히는 일이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이 탄생한 이유 또한 인상 깊다.
“빛을 향한 의지가 아니라 그늘의 성장이 움직임을 만듭니다.” - p.1
고흐는 자신의 해바라기 그림에 감탄한 고갱이 그림을 바꿔 가져갔기 때문에, 다시 만날 고갱을 기다리며 해바라기를 그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빈센트는 해바라기 연작 네 점을 완성했고, 그것은 결국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되었다.
“꽃봉오리 시절의 초록색 꽃받침이 가장 많은 광합성을 하듯이, 가장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 가장 많은 것을 만들어낸 시간이었습니다.” - p.186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안부’란, 헤세가 고흐를 향해 건네는 안부를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방식의 위로와 관심을 의미하고 있었다.
“지나친 사랑은 고독을 낳고, 지나친 이성은 광기를 낳는다. 사랑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지나치게 사랑한 것이 고독의 원인이었고, 미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이상적이었던 것이 광기의 원인이었다고, 이것이 헤세가 반 고흐의 편지에서 읽어낸 것이었습니다.” - p.369
새벽녘까지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아이를 키워왔던 시간부터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켠이 잠시 어두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졌던 ‘안부’라는 형식의 구성이었지만, 그 안에서 깨달은 바는 참 컸다.
나는 오늘, 살아 있는 지금, 당신은 누구에게 안부를 전하겠습니까. - p.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