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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만의 집 꿈꾸다 짓다 살다 - 설계부터 완공까지 1억 집짓기 도전기
김병만.박정진 지음, Dreamday 편집부 엮음 / 드림데이(Dreamday) / 2013년 10월
평점 :
어릴적 넓은 정원이 있는 4층집을 짓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3남매와 부모님이 각각 한층씩 쓰며 같이 모여살면 어떨까 생각했던 때였다. 하지만 머리가 커지면서 그 꿈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이루기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집이란 것은 가족이 함께 사는 생활 공간이면서도 투자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집없는 설움" 이건 비단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에 내가 아는 지인 역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재계약을 하려고 했지만 주인에게 돌아온 대답은 월세를 100만원씩 주던가 전세금을 1억 올려달라는 것이었단다. 어쩔 수 없이 목돈을 들여 2년만에 또 이사를 하게된 지인은 스스로를 '철새'에 비유하며 자신에게 집은 '가깝지만 너무나 먼 당신'이라 농담을 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삶의 공간이자 애증의 대상이 된 '집'. 국민달인이자 정글의 법칙에서 병만족장으로 나오는 개그맨 김병만씨가 설계부터 완공까지 주택을 짓는 과정을 이 책<집 꿈꾸다 짓다 살다>에서 속 시원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1억'에 주택을 짓는다는 것이다. 톰소여의 모험을 좋아했다는 김병만씨는 목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건축에 대한 많은 경험이 있었고, 건축학을 공부하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단다.
1억 주택 프로젝트가 주목하는 것은 집을 짓고자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맞게 '싸고 좋은집'을 누구나 지을 수 있도록, '저렴한 표준 비용'이 될만한 과정을 만들고 '고단열의 효육적인 주택'을 짓는 것이다. 최신식 공법이 도입된 104일간의 모든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고, 맞춤형 집짓기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하나의 가이드북인 셈이다.
토지 대금을 제외한 건축물 비용 1억으로 정말 가능할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1억 주택' 프로젝트가 어떻게 가능한지 전문가들의 깨알 정보들과 함께 국민주택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책은 좋은 집의 조건으로 화려한 인테리어를 권하기 보다는 난방비가 적게 들면서 따뜻하고, 비가 새지 않는 방수와 방습이 잘 되는 것이라며 전문가적 입장에서 독자들에게 직언한다. 구조와 공법, 어떤 재료로 집을 짓는 것이 효율적인지, 각각 공법의 장 단점도 자세히 비교해준다. 또한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 골조공사의 큰 비용을 차지하는 지붕 형태에 대한 고찰이나 단층집과 이층집의 비교 역시 실제로 집을 짓고자 하는 이에게 현실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
내가 직접 기초 설계를 스스로 진행하고 확정할 수 있는 모듈러 설계는 건축주가 직접 설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김병만씨의 제안으로 1억 주택 프로젝트에서 지은 그의 집은 '한글주택' 1호로 정해졌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알짜배기 정보는 '짓기 part' 곳곳에 숨어있다. 첫삽을 뜨는 착공식에서부터 기초파기나 공사 허가 등의 기초 공사 단계에 관한 설명, 사진으로 보는 현장일지는 이해되지 않던 가려운 부분을 잘 짚어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하나 얻은 알짜배기 정보는 초보자가 땅을 살 때 땅 고르는 비법이다. 내가 살 땅에 자장면 배달이 오나 안오나 알아보면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무릎을 탁 칠만했다. 간단하지만 유용한 이런 팁도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이다.
집 짓기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했다는 김병만씨. 생활을 변화시키는 삶의 공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한글 주택 1호는 멋지게 완공되었다. 마지막 '살다part'를 찬찬히 넘겨보다보면 내집 집들이를 한것 마냥 뿌듯해진다. 그의 집 벽면을 장식한 '가화 만사성, 소문만복래, 마부위침, 무병장수, 만사형통'. 김병만씨가 1억주택 안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을 새겨놓은것 처럼 나도 언젠가는 내 집을 내 손으로 짓고 저리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1억원으로 꿈같은 집짓기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이 책, 허황된 꿈이 아니다. 반신반의 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집 한채가 완성되어 있다. 한글 주택 1호를 시작으로 현재 6개가 진행되고 있고 건축주가 모두 모듈러로 직접 기초 설계를 하여 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국에 세워지고 있는 한글주택... 나도 언젠가 한글 주택의 주인이되길 바라며 이 책을 다시 펼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