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키비움 J 다홍 - 그림책 잡지 라키비움 J
제이포럼 외 지음 / 제이포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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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잡지’라는 특화된 주제로 벌써 7번째 발행된 잡지가 있습니다.



라키비움J 다홍!

라키비움(Larchiveum)은 도서관 Library와 기록관 Archives 박물관 Museum 의 합성어이고 여기에 J가 더해졌습니다. 이 잡지 서문에 J의 다양한 뜻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아랫줄에 적힌 이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라키비움J는 당신과 그림책 세상을 연결하는(Join) 독자 기반 그림책 잡지이다.

그림책 세상을 연결하는 독자 기반 그림책 잡지. 왜 독자 기반이란 표현이 있을까 궁금하실 텐데, 필진으로 참여한 분들 대부분이 네이버 그림책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의 운영진이자 회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림책을 연구하고 정보를 공유하다가 그림책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잡지까지 만든 거죠.

각호마다 레드, 옐로, 민트, 보라, 핑크 등 표지색을 표제호로 붙였는데(예외로 롤리팝의 경우 레드부터 보라까지 4권을 엮은 합본호), 1호부터 4호까지는 오픈 마켓에서 출간 즉시 입소문을 타고 매진 기록을 세운 전무후무한 인기 그림책 잡지입니다.


이번 7번째 라키비움J은 ‘다홍’입니다. 총 264쪽으로 앞선 롤리팝(232쪽)보다는 32쪽, 핑크(196쪽)보다는 68쪽이 늘어났구요, 그만큼 수록된 기사와 글들은 더 다채롭고 깊이 있어졌습니다.

표지그림은 ‘우리 창작 그림책 1세대’ 로 꼽히는 이억배 작가님이 맡으셨어요. 책으로 만들어진 집 속 책 읽는 아이가 보이고 그 주위로 놀라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두더지, 호랑이, 토끼, 기린 등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책을 읽고, '책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책 풍선을 잡고 악어는 두둥실 하늘로 날아가려는... 어떤 상상도 모두 허용되는 책의 세계! 그림책 잡지 표지로 찰떡이지요?


판화 그림책의 아름다움과 기법에 따른 특징을 소개해주는 글부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그림책 상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의 이름이 바뀐 이유, 책이라는 물성을 이용한 구멍 난 책에 대한 기사도 흥미로웠고, 부모들은 열망하지만 아이들은 심드렁한 논픽션 그림책에 빠지게 하는 비결, 다채로운 그림책 놀이법, 그림책과 문해력의 관계나 그림책의 힘을 다룬 글, 영어 그림책 중에서도 파닉스 하는 아이가 읽으면 좋을 그림책 총집합, 우정에 관한 그림책을 다룬 기사 등은 그림책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될 만한 글이었습니다.


그림책과 전집, 동화 등의 장르를 불문하고 ‘수원 화성’이 궁금한 부모와 아이들 모두 빠져들게 만들 수원화성 기획기사, 아이 기질 맞춤 그림책 이야기, 칼데콧 상을 네 번이나 받은 거장 폴 O. 젤렌스키 작가와의 인터뷰 기사는 라키비움J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엿볼 수 있었고 이시내 선생님이 쓴 ‘기록’에 관한 기사나 하예라 기자님의 음악(슈만)과 그림책을 연결시킨 기사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두 분의 평소 성향과 관심사가 듬뿍 묻어나 있고, 현재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는 노인경 작가의 인터뷰는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작은 기쁨으로 다가왔어요. 또 ‘엄마표’라는 표현에 대한 편집장 전은주님의 사려깊은 글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이었어요.


라키비움J의 '메인디쉬'라 할 수 있는 ‘아르고스(Argos)’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지요?

책이 묶여있는 책등 반대쪽인 책배 쪽을 보시면 아르고스 기사 부분만 표제호 색으로 구별되어 있는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열과 공을 들인 기사들이 수록되있는 부분이죠. 그리스 신화 속 눈이 100개 달린 괴물 아르고스처럼 한 권의 그림책을 100가지 눈으로 모두 다르게 보면서도 그램책을 꿰뚫어보는 하나의 시각을 의미하는데, 이번 '다홍' 호에서 꿰뚫어 본 책은 <간다아아!>였습니다.


코리R. 테이버 작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제목에 담긴 이야기와 원서 제목과 다른 우리말 제목이 다른 그림책들, <간다아아!> 속 주인공 멜처럼 작지만 존재감 뿜뿜하며 그림책 속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주인공들을 모은 기사나 <간다아아!>에서처럼 책을 읽는 도중에 책을 돌려보게되는 책들,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이는 책들과 '아이가 좋아하는' 칼데콧 수상작 모음 등 <간다아아!>라는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그림책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음을, 하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시각으로 깊이 있고 다채롭게 그림책을 누릴 수 있음을 알려주는 라키비움J의 전매특허 기사입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복간된 책, 절판된 책, 또 그림책 별점을 다루는 기사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이래서 독자 기반 잡지구나!' 싶었어요. 절판된 좋은 책이 다시 빛을 볼 수 있기를 염원하고 복간된 책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독자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림책 출판사 입장에서는 예민하고 불편할 별점 평가 부분에 꾹꾹 눌러 담은 기자님들의 글을 보면서 독자의 눈으로 고심하고 평가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취향에 가까운 기자님들의 평가를 찾아 그분들이 추천하는 책을 따로 찾아보는 것도 그림책 선택에 실패하지 않는 전략 중 하나랍니다. 😉



잡지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문화적 가치를 기록하는 매체'라는 글을 본 적 있는데, 라키비움J 다홍을 보면서 이 잡지는 '그림책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그림책의 문화적 가치를 기록하는 잡지'라는 수식어가 딱이겠다 싶었어요.

알고 있던 그림책도 다시 보게 만들고, 모르는 그림책은 찾아 보게 만드는 마성의 잡지 <라키비움J 다홍>. 그림책을 애정하는 분이라면,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시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잡지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좋은 그림책 잡지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제이포럼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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