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마가 꿀꺽!
정현진 지음 / 올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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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모든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다섯 가지 감정이 공존합니다. ‘기쁨, 슬픔, 소심, 까칠, 버럭’이라는 감정이죠. 영화 속에서 사건을 이끌어가는 11살이 소녀 라일리는 '이사'라는 환경 변화를 겪으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일리가 늘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는 기쁨이는 라일리가 새로 상황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낯선 감정을 위로해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라일리를 치유한건 슬픔이었어요. 감정을 억누르고 숨기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마주하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 나를 치유하는 길이었던 거죠.


정현진 작가가 쓰고 그리고 올리출판사에서 출간된 그림책 <히마가 꿀꺽!> 역시 그런 '감정 마주보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마를 닮은 ‘히마’를 책표지와 앞면지에서 마주하고 나면, 속표지 옆에 '작가의 말'이 남겨져 있습니다.


히영이에게 히마가 찾아오게 된 이유는 첫 장면에 등장하는 ‘전학’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바뀐 학교와 교실은 낯설고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도 아직은 어색합니다. 전학 온 첫 날, 히영이를 향한 반 아이들의 낯선 시선과 소곤거림들은 히영이 머리 위에 까만 먹구름을 띄우게 합니다.



처음에는 주먹만 했던 먹구름은 점점 커집니다. 그리고 그 먹구름이 ‘히마’를 부르게 되죠. 시커먼 먹구름이 히영이 머리 위를 완전히 덮어버린 날, 모두가 미워져버린 그날! 히마가 히영이를 찾아옵니다. 히영이가 만든 먹구름 속에서 탄생한 희마는 자꾸만 희영이를 쫓아다닙니다. 피하고 도망 다녀도 껌딱지처럼 들러붙는 히마. 과연 히영이는 히마를 떼어놓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히마가 사라질까요?


히마’라는 존재는 영이의 음 속 불안함이 불러낸 것이었지만, 어느덧 히영이의 일상을 점령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히영이까지 꿀꺽 삼킵니다. 히영이가 희마에게 잠식당하는 과정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위축된 사람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히마에게 꿀꺽 삼켜졌지만 히영이는 히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그런데 그 노력은 혼자만 하는 게 아니었어요. 같은 반 친구들의 부름과 관심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히영이 옆에서 "너도 같이 놀래?", “아까부터 불렀는데...” 라고 말을 건네는 친구들의 모습은 부정적인 감정에 눈과 귀를 닫아버린 사람들이 놓치는 주변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말하는거겠죠. 그러고보면 말풍선 마저 '하트'모양으로 보입니다.




감정을 마음에 쌓아두는 것은 짐을 계속 손에 들고 있는 것과 같아서, 처음에는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중에서) 해소되지 못한 감정 덩어리들이 히마가 되어 우리를 꿀꺽 삼키기 전에 솔직하게 마주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 안의 다양한 감정은 모두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으니까요.

책 뒤표지 히마 모양 속 QR 코드를 찍으면, 책을 읽고 바로 활용가능한 독후활동 자료와 수업 자료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히마가 꿀꺽!> 으로 그림책도 보고 내 감정도 읽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시길 바랍니다.



* 본 서평글은 올리출판사 서포터즈 '올리올리 2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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