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1
다카시나 마사노부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김보나 옮김 / 북극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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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케바케(case by case)이겠지요.

다채로운 기법으로 미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반전을 선사하는 그림책들도 물론 매력적이고 좋은 그림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깨달음을 주는 그림책, 읽고 나서 뭔가 하나는 얻을 수 있는 그림책을 좋은 그림책이라 말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는 제게 ' 좋은 그림책'으로 다가온 책입니다.



원제는 <おおきな おおきな さかな (大きな 大きな 魚)>.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과 똑같아요. 특이한 점은 이 책이 국내에서는 북극곰 출판사에서 20201년 8월에 번역 출간했지만, 일본에서는 1999년에 출간된 책이라는 거예요. 하루에도 수십 권 씩 다양한 그림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왜 20년이나 된 옛(?) 그림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을까요? 그 답을 찾으려면 찬찬히 살펴봐야겠지요?



샛노란 바탕에 커다란 빨간 물고기, 그 물고기를 타고 낚시를 즐기고 있는 밤톨처럼 생긴 한 아이가 표지에 있습니다. 창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힘껏 낚시대를 당기고 있네요. 도시락 바구니 속 삼각김밥(오니기리)도 큰 물고기를 낚으라는 듯 응원하는 모습이구요.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해님도 파란 지붕의 집도 슬며시 미소 짓고 있네요. 앞뒤 면지도 파란 바탕 속에 물고기가 가득합니다. 물고기를 많이 잡고 싶은 아이의 바람을 담은 것 같아요.




속표지에는 바람이 잠잠해서 구름도 쉬어가고 있는 바닷가의 풍경이 담겨 있고, 속표지를 넘기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밤톨처럼 생긴 귀여운 이 아이는 아빠와 바다낚시를 가기로 해서 무척 들떠있어요. 마치 바다 속 물고기가 전부 자신의 물고기인양 반친구들에게 ‘물고기를 주렁주렁 잡을 거라고’ 신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첫 바다낚시에 나선 아이는 아주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다 놓아줍니다. 무척 실망한 아들을 향해 아빠는 이런 말을 건네죠.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엄청 기대하고 노력했지만 결과가 그에 못 미치는 일들이 많이 있어요. “노력=결과가 아니다.”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인생 선배인 아빠는 실망한 아들에게 허튼 위로나 ‘다음번에는...’이라는 허황된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무심하고 덤덤한 아빠는 은근하고 자상하게 마음을 표현해요. 커다란 물고기를 잡지 못한 아들을 생선가게로 데려가거든요. 커다란 물고기를 주렁주렁 잡겠다고 큰소리 친 아들이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갈 것이 못내 걱정스러웠던지, 생선가게에서 싱싱한 생선을 아이와 함께 고릅니다. 그리고 엄마 앞에서 ‘이렇게 커다란 녀석을 잡을 줄이야!’라며 아들을 치켜세워줍니다. 참 멋진 아빠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펼쳐집니다. 반 친구들에게 물고기를 주렁주렁 잡을거라고 자랑을 해뒀으니, 당연히 친구들은 이 아이가 얼마나 큰 물고기를 잡았는지 궁금하겠죠. 아이를 보자마자 친구들이 달려와 질문을 해댑니다. 과연 이 아이는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요?? 복잡 미묘한 상황과 아이의 심정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낸 <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 아이가 마주한 문제 상황은 어떻게 풀리게 될까요?



1999년에 출간됐지만 국내에서 뒤늦게 번역한 이유를 책을 다 읽고 나서 이해하게 됐습니다. 어쩜 저리도 아이의 심정을 잘 담아내고 있는지, 그림은 또 어쩜 저렇게 찰떡처럼 맞아떨어지는지... 아이의 마음 상태가 그림으로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이 책이 좋은 책으로 다가온 이유는, 아이의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하기도 했고 그런 마음 상태를 가진 아이를 어떻게 달래주는 것이 좋을지 부모님들의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잘 담아낸 것 같아서 입니다. 실망하는 아이,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위로를 건네야하는지 여러 육아서가 전하는 포인트를 이 한권의 그림책 속에 담아냈거든요. 어떤 상황이나 상태에 대해 부모가 아이보다 더 호들갑을 떨거나 설레발을 치면 아이가 그 상황을 더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오히려 부모에게 마저 마음을 닫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상태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조용히 한마디씩 건네는 <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 속 아빠는 사실 늘 아이를 지켜보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채는 다정한 아빠임에 틀림없어요. 저도 아이의 감정에 일희일비하며 설레발치는 엄마가 아니라 '이 그림책 속 아빠처럼 되고 싶다. 닮고 싶다!'라는 생각을 절로 들었고,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반짝이는 햇살처럼 자신의 시그니처 컬러인 ‘노랑’을 책표지로 내세운 아라이 료지의 그림도, 좋은 어린이 책을 쓰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다카시나 마사노부 글작가의 담백한 글도 참 좋았던 <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 화려한 기교나 번뜩이는 반전은 없지만 그래서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 매력적인 그림책이었어요.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책이 있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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