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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 줄게 - 종이로 만든 멸종 위기 동물 ㅣ 풀빛 지식 아이
쿠날 쿤두 지음, 조은영 옮김 / 풀빛 / 2021년 6월
평점 :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연일 고온다습한 찜통더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여름이니까 더위가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끝을 모르는 더위가 지구촌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어요.
여러 뉴스를 통해 지구 곳곳이 '폭염, 폭우, 산불'까지.... 우리 인간은 궁여지책으로 어떻게든 대처를 합니다. 하지만 자연 속 식물과 동물들은 그렇지 못하죠. 그들은 자연의 변화를 오롯이 받아내는 존재이며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대상입니다. 이 그림책 <우리가 지켜 줄게>는 그 취약한 대상들… 지구에서 사라지기 직전, 사라지려는 동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표지를 보시면 빙하 위에 북극곰이 있습니다. 바다 저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동안 그림책 속에서 만났던 여느 북극곰과는 조금 다릅니다. 사진도 아니고 드로잉이나 채색화도 아닌 것 같죠? <우리가 지켜 줄게>라는 제목 밑에 작은 글자로 적힌 부제에 표현 기법에 대한 힌트가 숨어 습니다. “종이로 만든 멸종 위기 동물”!!! 그렇습니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멸종 위기 동물들은 모두 ‘종이’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위로 자르거나 손으로 찢어서가 아니라, 종이를 구겨서 동물들의 형태를 만들었다고 해요. 우리가 흔히 쓰는 A4용지가 입체적인 동물들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 전, 작가 쿠날 쿤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 말합니다. 인도 캘커타 남쪽 ‘파툴리’라는 변두리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초록으로 가득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요. 하지만 그 초록색 가득한 동네는 도시로 변했고, 어린 시절 보았던 동물들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답니다. 지금 생물 다양성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미래의 후손들은 책을 통해서 야생 동물을 접해야한다며, 어린 친구들에게 야생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 이 책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어요.

이 책 <우리가 지켜 줄게> 속에 등장하는 멸종 위기 동물들은 총 16종입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으로 익히 알고 있었던 벵골호랑이나 북극곰, 북부흰코뿔소, 갈라파고스 펭귄들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위기에 처한 그들의 상태를 새롭게 알게 된 동물들도 있었어요. (북대서양참고래, 말레이천산갑, 수마트라오라우탄, 매부리바다거북, 피어리순록, 태평양바다코끼리, 산악고릴라, 브라질맥, 눈표범, 흰죽지수리, 바키타돌고래, 아프리카코끼리)

이 동물들이 어느 대륙, 어떤 나라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지, 왜 이 동물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지, 이 동물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각 페이지 마다 자세하게 다루고 있고, 마지막에는 세계지도 속에 그들의 서식지가 한 눈에 들어오게 도식화 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동물 정보들에 대한 참고 사이트, 자연 야생 동물 보호 단체에 대한 정보까지 다루고 있어서 이 책을 읽은 후 멸종 위기 동물들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접근까지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오픈해놓았어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쿠날 쿤드 작가의 사진과 정보에 담고 있는데, 쿠날 쿤드가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미소 짓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어요.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가?'했더니 이 책을 이렇게 종이를 구겨 작업하게 된 계기가 아들 때문이었더라구요. 다양한 매체와 양식을 활용해 작업해 왔던 쿠날 쿤드는 2018년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아들이 구겨 놓은 종이 뭉치가 강아지 머리처럼 보인다고 생각했고, 이를 시작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예술 스타일을 발견해 냈답니다. 종이를 구겨 형태를 잡고 디지털 배경을 덧입혀 만든 <우리가 지켜 줄게>는 확실히 기존의 종이 예술과는 차별화 되며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이 탄생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작가의 품 속에 안긴 아들이었던거죠.

작가 쿠날 쿤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작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는데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소개하는 그림책이 많이 있지만 이 그림책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평범한 종이의 이유 있는 변신 때문일겁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A4용지의 변신 과정이 놀랍고 또 신기했어요. <우리가 지켜 줄게>를 재미나게 읽은 아이들과 동영상을 보며 쿠날 쿤드 작가처럼 만들어보는 것도 이 책에 등장한 동물들을 더 기억하고 멋진 독후활동이 될 것 같아요.
지구의 방대한 종 다양성을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꼭 알았으면 좋겠다는 작가 쿠날 쿤두. 그가 멸종 위기 동물들을 아름다운 종이 조형물로 탄생시켜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노력을 해보자고 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가 '아빠’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지키지 않고 무분별한 개발과 사냥, 환경 오염이 계속되면 다음 세대들은 멸종 위기 동물들을 이렇게 책으로만 봐야하니까요.

<우리가 지켜 줄게> 책 뒤표지에 남겨진 마지막 문구입니다. 늘 우리 곁에 자연스레 있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놓치고 사는 것들이 참 많이 있는데요, 우리가 자연을 통해 누렸던 모든 것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사냥, 환경 오염으로 점점 사라져 가는 동물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멸종 위기 동물들을 지키고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많은 작가들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그림책으로 담아 내는 이유는, 그 길이 우리를 살리기 때문일 거예요. 환경을 지키고 살리는 것이 나와 우리 아이,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을 읽고 생태계 상황을 제대로 아는 것이 지구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노력의 첫걸음이 될 수 있어요. 이제는 우리가 지켜줘야 할 때 입니다.

*본 서평글은 풀빛출판사가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