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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할아버지와 줄넘기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8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구로이 겐 그림, 박영아 옮김 / 북극곰 / 2021년 7월
평점 :
오늘 소개해드릴 <나무 할아버지와 줄넘기>는 북극곰 출판사의 해외 그림책 시리즈인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시리즈’ 78번째 책으로 2021년 7월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그림책에서 문고판 책으로 옮겨가는 중간 단계의 책으로 72쪽에 글자도 크고 그림도 많아서 어린 친구들도 부담 없이 펼칠 수 있어요. 다만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는데, 이 책을 처음 받아든 저희 아이의 반응은 이랬어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책들이 왼쪽이 묶여 있고(좌철) 글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쓰기로 되어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오른쪽이 묶여 있으며(우철) 글자는 위에서 아래로 세로로 쓰여 있고 진행방향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야기가 넘어 갑니다. 2018년에 국내 소개된 이 책의 작가 모리야마 미야코의 또 다른 작품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역시 이 책과 같은 제본방식과 세로쓰기로 출간되었어요. 일본에서 출간된 원작과 똑같은 형태의 고수는 ‘원작자의 번역 출간시 요구조건이었다’라는 이야기를 북극곰 출판사 편집장님의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들은 적 있어요.
가로쓰기 글자에 익숙한 저희 아이는 책을 넘기는 것도 낯설고 속도감 있게 읽어내지 못해 살짝 짜증을 냈지만, 아이에게는 너와 비슷한 또래의 일본 아이들은 이런 형태의 책을 읽는다고 설명해주며 다른 나라 책의 형태를 경험해보는 ‘문화 체험’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답니다.
흔들의자에 앉아 창밖의 노을을 바라보는, 눈썹이 하얀 다람쥐가 속표지에 등장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다람쥐 할아버지죠. 다람쥐 할아버지는 숲 가장자리 높은 나무 위에 혼자 살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 나무 아래에서 꼬마 곰이 줄넘기를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친구들에 비해 줄넘기 실력이 달렸던 꼬마 곰이 혼자서 연습하고 있었던 거죠. 처음에 꼬마 곰은 줄넘기를 5개도 넘지 못했지만 매일 꾸준히 연습하며 조금씩 실력을 키워가는 중이었어요. 그런 꼬마 곰의 모습을 나무 위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다람쥐 할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응원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게 되죠. 연습을 거듭하던 꼬마 곰의 줄넘기 실력은 늘었을까요? 다람쥐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꼭 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세요~ ❤️
<나무 할아버지와 줄넘기>를 쓴 작가 모리야마 미야코(森山京)는 이력이 독특합니다. 20, 30대에는 잘나가는 광고 카피라이터였다고 해요. 1968년 바쁜 와중에 틈틈이 재미로 써 온 이야기가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에서 가작 입선하게 된 것을 계기로 1969년 아동문학 작가로 데뷔하게 됩니다. 2018년 88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수많은 그림책, 동화, 아동 문학작품을 세상에 남겼는데요, 모리야마 미야코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동물들이 의인화되어 등장해 아이들의 감성과 마음의 변화까지 이야기로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긴 여운을 주는 그녀의 작품은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독자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책 <나무 할아버지와 줄넘기>에서도 두 주인공, 다람쥐 할아버지와 꼬마 곰의 감정 묘사를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냈답니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나무 할아버지와 줄넘기>는 그림 작가 구로이 켄(黑井健)의 일러스트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붓 터치는 평화로운 숲속 마을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아기 곰과 다람쥐 할아버지의 심성마저 돋보이게 만들었어요. 그림을 찬찬히 보고있으면 두 주인공들의 심성까지 전달되는 느낌이랄까요?
제게 이 책은 누군가를 위한 응원과 격려가 어떠해야하는지를 곱씹어보게 했어요. ‘관심’과 ‘관여’는 글자 하나만 다를 뿐, 그 의미는 확연히 다릅니다. 다람쥐 할아버지가 꼬마 곰에게 보여 준 것은 세심한 배려와 깊은 관심입니다. 이건 육아하는 엄마들의 기본자세일 거예요. 저처럼 결과에 연연해며 아이에게 ‘관여’해서 줄넘기 때문에 속상해하는 아이를 단기 속성학원에 데려가지는 않았겠지요. 사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끝까지 지켜봐주는 엄마의 믿음 가득한 눈빛과 '괜찮아'라는 한마디였을텐데 말이죠.
<나무 할아버지와 줄넘기> 속 다람쥐 할아버지의 격려법을 보고 많이 반성하고, 후회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도 다람쥐 할아버지처럼 한발 떨어져서 묵묵히 바라봐 주고 응원해주는 그런 어른,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을 받은 꼬마 곰처럼 '세상의 따뜻함'을 경험한 아이의 얼굴에는 저렇게 미소가 번질테니까요. 이 그림책을 자주 펼쳐보며 마음 수양을 좀 더 해야겠습니다.
*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책 읽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