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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잡초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7
퀀틴 블레이크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4월
평점 :
‘자연스럽다(自然스럽다)’라는 말은 인위적인 힘을 들이지 않고 저절로 된 것들을 말합니다. 농수산물에 ‘자연산’이라 이름 붙은 것들은 일단 가격이 더 비싸고,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천연(天然) 그대로의 상태인 ‘자연’이라는 단어에 더욱 의미를 부여하죠. 전원주택, 친환경을 찾으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꿈꾸기도 하고요.
그런데 정작 ‘자연적인 것’이 환영받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아파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인데요, 따뜻한 봄이 되면 아파트 게시판에 주기적으로 공고가 붙습니다. “제초작업, 제초제 살포”가 그것이죠. 여기저기에 존재감을 뽐내는 잡초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제초기와 독한 제초제로 말끔히 정리되곤 합니다. 사람들은 각잡힌 화단을 보며 만족하죠.
우리가 잡초를 보고 ‘뽑아내야겠다!’, ‘정리를 해야겠네.’라고 생각했다면, 작가는 좀 다르게 바라보나 봅니다. 그림책계의 대가 퀸틴 블레이크 작가는 길을 가다 존재감을 드러낸 ‘잡초’를 만나 이 책 <신기한 잡초>를 탄생시켰거든요.

영국의 그림책 거장, 퀸틴 블레이크 작가는 2020년 <The Weed>라는 제목의 작품을 발표했고, 2021년 시공주니어에서 <신기한 잡초>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보는 ‘잡초’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퀸틴 블레이크 작가는 매일 아침 자신의 아파트에서 2분 정도 걸어 인근 지하실 사무실로 이동해 작업을 하는데, 하루는 사무실로 걸어가다가 포장도로와 정원 난간 바닥 사이의 틈새에서 작은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매일 매일 그것을 관찰하다보니 그 잡초는 3주 후에 흰색 꽃을 피워냈다고 해요. 척박한 곳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잡초를 보며 자연스레 ‘자연의 힘’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고, 거기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앞뒤표지에는 풀이 가득하고, 이름 모를 풀을 바라보는 4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면지에는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풀 한포기와 날아가는 새가 등장하는데요, <신기한 잡초>에 사건을 이끌어가는 중요 소재들이죠.

첫 문장부터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것 같죠? 앞표지에 등장한 4명의 사람은 메도스위트 가족입니다. 엄마, 아빠, 마르코, 릴리로 구성된 이 가족은 어느날 갑자기 갈라진 땅 밑으로 꼼짝없이 갇혀 버립니다. 구덩이에 빠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때 가족과 함께 있던 새장 속 구관조 옥타비아가 해결사 역할을 합니다. 구덩이를 벗어나 바깥세상에서 씨앗 하나를 물어 갇혀 있던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오죠. 씨앗을 조심스레 심은 영리한 구관조, 옥타비아. 가족들은 이 상황은 지켜보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내 실망하고 말아요. 그 씨앗에서 움튼 것은 그냥 잡초였거든요. 하지만 구관조 옥타비아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아무 걱정 말고, 가만히 보기만 하세요.”
그렇게 그 잡초는 점점 자랍니다. 엄청나게 자란 잡초를 메도스위트 가족들이 넋 놓고 쳐다보고만 있을 때, 또 다시 옥타비아가 제안을 합니다. 이 잡초를 타고 올라가보자고요.
마치 잭과 콩나무 속에 등장하는 식물처럼 하늘을 향해 쑥쑥 자라난 ‘신기한 잡초’는 메도스위트 가족의 탈출을 돕습니다. 물론 시련은 따르기 마련이지요. 체력이 고갈되고 손을 놓쳐 높은 곳에서 떨어질뻔 합니다. 메도스위트 가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신기한 잡초’와 ‘구관조 옥타비아’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그렇듯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요. 과연 메도스위트 가족은 안전하게 구덩이 밖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마주하게 된 바깥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퀸틴 블레이크 작가는 <신기한 잡초>를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언뜻 보면 자유분방한 검정색 펜선과 덜 칠해진듯한 수채화 그림에 작가가 단번에 휘리릭 그렸을거라 추측하지만,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면 무척이나 섬세합니다. 인물의 미묘한 표정과 행동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생동감도 담겨 있어요. 유튜브에서 퀸틴 블레이크 작가를 검색하면, 수많은 스케치를 거친 후 라이트박스를 이용해 섬세히 그림을 완성해 내는 그만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 <신기한 잡초>의 그림에서도 퀸틴 블레이크 작가만의 특징들을 찾아볼 수 있어요.
하늘을 향해 쑥쑥 뻗는 잡초는 <잭과 콩나무>가, 씨앗을 물고 돌아온 옥타비아의 모습에선 <노아의 방주>에서 땅의 증거를 찾아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 비둘기가 떠올랐던 <신기한 잡초>는 거장 퀸틴 블레이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우화처럼 다가왔습니다.
가족들의 이름으로 쓰인 ‘메도스위트’는 풀 이름입니다. 장미목 장미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요, 퀸틴 블레이크 작가가 가족의 이름(성)을 풀이름으로 정한 것도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요?? 가족이 커다란 구덩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자연을 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생명체- ‘잡초’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왜 땅이 갈라지게 되었는지. 거대한 구멍이 생겼는지 언급하지 않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뉴스 해외토픽에서 마주했단 거대한 싱크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고, 동물들의 멸종 소식, 이상기후의 징조들을 보면서 자연을 끝없이 갈취해 온 우리 인간은 ‘그 결과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간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순간, 자연이 스스로 정화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접하게 됐지요. 떠나갔던 물고기가 돌아왔고, 오염됐던 물이 맑아졌으며 시커멓던 하늘이 푸른빛을 되찾았어요. <신기한 잡초>에서처럼 우리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면', 자연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지요.
과학이 발전하고,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많아요. 자연의 힘을 믿는 것! 그 자연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인간이 노력하고 도와주는 것! 아흔의 거장 퀸틴 블레이크 작가가 하잘 것 없는 잡초를 통해 자연의 힘과 생명의 신비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신비한 집초>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본 서평글은 시공북클럽에서 진행하는 6월 한달한권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시공주니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