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는 핑크
스콧 스튜어트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겨울왕국> 주제곡이었던 ‘Let it go’의 목소리 주인공 ‘이디나 멘젤’. 그녀는 <겨울왕국> 성공 후, 콘서트를 열며 팬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는데요, 2017년에 텍사스 콘서트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 화제의 중심에는 11살 소년 루크가 있었어요.


이디나 멘젤이 무대에 올라 자신과 함께 노래를 부를 아이들을 모았을 때, 수많은 여자아이들 가운데 청일점인 루크가 단연 눈에 띄었죠. 이디나는 조심스레 루크에게 묻습니다. 혹시 이 노래를 아느냐고요? 당시 배경음악으로 ‘Let it go’가 흐르고 있었는데, 그녀의 콘서트에 온 소년들은 Trolls에 나왔던 Justin Timberlake의 'Can't Stop the Feeling'을 좋아했지 'Let it go'는 선호하지 않았답니다. 그러자 루크는 자신이 좋아하는 ‘Let it go’를 한 소절 부릅니다. 11살 소년의 'Let it go' 동영상은 화제가 되어 루크는 미국의 유명 TV 토크쇼 The Ellen DeGeneres Show에도 출연해요. 그리고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많이 괴롭힘을 당했고, 아이들이 그를 게이와 여자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Let it go'를 좋아하는 소년의 고충(!)을 이야기했어요.

11살 소년의 뛰어난 노래 실력에 놀랐던 'Let it go' 동영상은, 제게 또 다른 놀라움과 궁금증을 남겼답니다. 남자 아이가 <겨울왕국>을 좋아하면 이상한건가? 남자아이가 여자주인공의 메인테마곡 ‘Let it go’를 부르면 놀림감이 되는 걸까???


루크의 동영상과 제 궁금증이 잊혀질 때 즈음, 이 그림책을 마주하게 됐어요. 오스트레일리아 맬버른에 거주 중인 작가 스콧 스튜어트. 스콧의 아들 콜린은 <겨울왕국>의 ‘엘사’를 좋아해서 늘 엘사 인형을 갖고 다녔는데, 여자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갖고 논다며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빠인 스콧은 여자용, 남자용을 구분 짓는게 잘못됐다고 생각했고 분홍색 그림자를 가진 남자아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해요. 바로 그 그림책이 <내 그림자는 핑크>입니다.



파란 표지 위에 한 소년이 있습니다. 소년의 옆에는 곰인형과 토끼 인형이 바구니에 담겨 있고, 소년의 그림자는 반짝이는 핑크로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소년의 모습과 다르게 핑크빛 그림자는 발레복 같은 치마를 입고 있고 손을 위로 쭉 뻗고 있어요. 아주 당당하고 자신있는 포즈로요




앞뒤 면지는 파란 벽면에 다양한 모양의 빈액자로 채워져있습니다. 속표지를 넘겨 첫 번째 페이지를 읽으면 그 액자가 뜻하는 걸 알 수 있어요. 온통 파랑색으로 채워진 집안 식구들의 사진들. 그리고 아이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빠의 그림자도, 집안 남자들의 그림자도 모두 파란색이라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자신의 그림자는 파랗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그림자는 ‘분홍색’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남자용이 아닌 것들이라고 이야기해요. 유니콘, 동화책, 분홍색 장난감, 공주, 요정...... 그리고 분홍색인 자신의 그림자가 가장 좋아하는 건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들어오면 그림자는 춤을 멈춥니다.



아빠도 아들의 성향을 알고 있는 듯 담담하게 말합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파란색으로 변할거야. 다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야."



아주 파랗고, 엄청 크고, 힘도 세게 생긴 아빠의 그림자를 보며 아이는 자신이 분홍색 그림자를 가진 것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해요. 자신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걱정하고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아이. 이 아이에게 커다란 변화가 다가오는데요, 바로 새 학기가 시작되어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준비물 리스트에 적힌 “옷을 단정히 입고 오기, 그림자도 데려오기!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히세요."라는 문구를 보고 아이는 망설임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를 입습니다. 좋아하는 드레스를 입고 분홍그림자를 데리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를 아빠는 걱정스레 쳐다봅니다. 아이는 무사히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될까요?? 아이를 조심스레 지켜보는 아빠는 아들에게 어떤 말을 할까요??



그림자는 내 모습 그대로를 빛에 따라 비춰냅니다. 내가 뛰고 있으면 그림자도 뛰고, 내가 손을 들고 있으면 그림자도 손을 들죠. 내 마음대로 떼어버릴 수 없는 그림자는 ‘나 자신, 나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똑같아지길 강요받아요.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라는 속담처럼 남들과 조금만 달라도 호기심을 표현하고 다름을 지적합니다.

‘핑크=여자, 파랑=남자’라는 생각도 곰곰이 따져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지가 아닙니다. 누가, 왜 남자색 여자색을 구분해 놓았을까요? 사실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고 누릴 권리는 개개인이 모두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테아닐 때부터 어른들에게 그 공식을 주입받아왔죠. 그런데 이 그림책을 보며 색에 관해 자료를 찾다보니 재미있는 알았어요. 무역 간행물 Earnshaw 's Infants 'Department의 1918년 6 월기사에 이런 글이 있었데요.

“The generally accepted rule is pink for the boys, and blue for the girls. The reason is that pink, being a more decided and stronger color, is more suitable for the boy, while blue, which is more delicate and dainty, is prettier for the girl.”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은 남학생에게는 분홍색이고 여학생에게는 파란색입니다. 그 이유는 좀 더 단호하고 강한 컬러인 핑크가 소년에게 더 어울리고, 더 섬세하고 고상한 블루가 소녀에게 더 예쁘기 때문이다.)

100 여년 전만해도 핑크는 남자, 블루는 여자에게 어울리는 색이라고 했다는 것! 놀랍지 않으세요?? 사실 색 자체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핑크든 파랑이든 편을 가르고 차별하는 것도 오로지 인간 뿐인거죠.

남들과 꼭 같아야 하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내 그림자는 핑크> 속 주인공 아이가 했던 말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다른 것도 진짜 좋은 거잖아요."


다르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다채로워지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내 그림자는 핑크> 속 주인공의 아빠처럼 익숙했던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 있는 어른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읽어줘야겠습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다산어린이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