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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ㅣ 위고의 그림책
윌바 칼손 지음, 사라 룬드베리 그림, 이유진 옮김 / 위고 / 2021년 3월
평점 :

초록색을 배경으로 10명의 아이들이 표지 앞뒤면에 그려져 있습니다. 눈을 감고 왕관을 쓰고 만세를 하고 있는 아이부터 개구리와 교감을 나누는 아이, 요가 동작을 따라하는 아이, 젖소 그림을 그리는 아이, 빨간 가방을 메고 양동이를 들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뒷모습의 아이, 빨간 멜빵바지를 입고 뛰는 아이, 고양이와 마주하고 있는 아이, 안경을 쓴 주근깨 가득한 아이, 책을 읽는 아이 등… 제각각 다른 행동,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입니다.
표지를 가득 채운 이 아이들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고, 매 페이지마다 한 명씩 자신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릴레이 형식으로 다음 아이가 이야기를 이어가고 이야기는 면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앞면지를 보면 그네를 타고 있는 한 여자아이에게 어른 여성이 헬멧을 건내며 무언가 이야기합니다. 오토바이가 보이고 풀밭에 떨어진 노란 점퍼도 보이지요? 속표지를 넘기면 그 노란 점퍼를 입고 단추를 채우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첫 단추를 잘못 채웠네요.) 오토바이와 빨간 헬맷, 원숭이 인형도 보이는데요, 이 여자아이는 ‘올리비아’입니다. 원숭이 인형을 오늘 반 친구들에게 보여줄 거래요. 엄마 등에 기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올리비아의 시선은 노란 조끼를 입고 젖소 목장으로 향하는 아이들에게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소를 보러 목장에 온 저 아이들 중 하나라면 '어떤 느낌일까? '라며 질문을 하죠.

다음 페이지는 젖소 목장에 온 아이 중 젖소 등에 타고 있는 ‘무세’가 이야기를 이어 받습니다. 젖소의 살갗이 아주 부드럽고 따뜻해서 계속 잠들어 있고 싶어진다는 이 아이는 젖소 농장 근처에 있는 빨간 트랙터에 꽂힙니다. 자신도 그런 트랙터를 갖고 싶고 이 다음에 크면 소를 기르고 싶다고 하죠. 그리고 저렇게 트랙터에 앉아서 운전하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 합니다.
이제 다음 주자는 예측할 수 있으시겠죠? 네. 빨간 트랙터에 앉아 있는 아이 ‘욘’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펼쳐진 면에서 한쪽은 일러스트가, 다른 한쪽에는 아이의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다음 주자에 대한 힌트가 이렇게 자그마한 그림으로 남겨져 있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미래의 꿈, 할머니의 죽음이나 전쟁, 난민, 투병과 아픔 등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고 그들은 각기 자신이 처해보지 못한 다른 이의 삶을 궁금해 합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10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각기 다른 이야기들.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떠올리는 이 질문이에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있고, 서로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그렇게 멀지 않다고 글과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더불어 이 책은 우리가 가진 편견과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던 이야기는 첫 장면에 등장했던 올리비아가 다시 나오며 마무리 되죠. 그리고 그 릴레이 바톤을 책 밖에있는 독자들에게 넘깁니다.
마지막 뒷면지까지도 이 그림책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듯 처음에 등장한 올리비아의 모습과 함께 이야기 속 아이들이 나왔던 장소들이 지도에 담겨 있습니다.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던 아이들,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존재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었구나 깨닫게 되며 무릎을 탁 치게 됐던 장면이에요.

스웨덴에서 2019년에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Jag och alla>. 해석하자면 <나 그리고 모두>이고 스웨덴 출신의 작가인 윌바 칼손, 사라 룬드베리가 글과 그림을 맡았습니다. 두 작가 모두 스웨덴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을 수상한 저명한 작가들인데요, 글과 그림이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윌바 칼손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일러스트레이터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을 만나 완벽하게 재현됩니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여름의 잠수>를 통해 국내 그림책 애독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던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어요.
같은 지역 안에서도 다양한 상황과 입장의 아이들이 있고 서로 다른 '나'와 '너'는 그렇게 '우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이 매력적인 책을 여러분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위고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