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ㅅㅅㅎ - 제1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그림책
김지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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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창에 ‘마음’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가 뜹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단어가 ‘마음 내려놓기’이고 그 다음이 ‘마음 다스리기’네요. ‘마음 챙김’, ‘마음 추스르다’ 등도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될 때를 경험합니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는 상황이요. 그래서 ‘마음’과 관련된 검색어에 내 마음을 내려놓고 다스리며 스스로를 토닥이는 방법 등이 함께 검색되는 것 같아요. 어른인 우리도 마음 하나 제대로 표현하고 추스리지 못해 저렇게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공부하는데, 표현이 서툰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 관리가 더 어렵겠지요? 그래서 울음이나 짜증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땐 당사자인 아이도, 지켜보는 부모님들도 속이 타죠. 어떻게든 달래주고 싶지만, 뭐가 문제인지 잘 알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 속 상황. 그런 마음을 김지영 작가가 이 그림책 <내 마음 ㅅㅅㅎ>에 담아냈습니다.



제목이 <내마음> 아니야? 혹은 인쇄가 잘못됐나? 모음은 없고 왜 'ㅅㅅㅎ' 자음만 남아있지? 궁금해 하는 분도 계실텐데요, <내 마음 ㅅㅅㅎ>은 초성만 남겨진 제목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합니다. 초성퀴즈를 풀 듯 남겨진 ‘ㅅㅅㅎ’이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단어들을 상상하게 만들어요.

책표지에 반짝이는 은박이 보이시죠? 이 그림책이 대상 수상작임을 알리는 영예로운 표식입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지난 2020년 5월, 신인 및 기성작가를 대상으로 창작자를 응원하고 참신한 그림책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제1회 사계절그림책상’ 공모를 진행했습니다. 국내 그림책 시장의 열기를 반영하듯 총 299편의 작품이 응모되었고 치열한 예심과 본심을 거쳐 단 하나의 대상작이 뽑혔는데, 그 책이 바로 <내 마음 ㅅㅅㅎ>이에요. 심사에는 서현, 송미경, 이지은 작가님이 참여하셨는데, 뒤표지에 심사위원들의 심사후기가 간략하게 남겨져 있습니다.


형광 핑크빛 앞표지에는 일명 ‘바가지 머리’를 한 볼 빨간 아이가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목 <내 마음 ㅅㅅㅎ>이 아이 얼굴 속에 어우러져 있어요. ㅅㅅ은 눈썹, ㅎ은 삐질(^^;) 흐르는 땀처럼 말입니다.

앞뒤 면지도 놓쳐서는 안될 요소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상하좌우 모서리에는 ‘ㅎ’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려져 자리 잡고 있고 앞면지에는 입 삐죽 나온 표정의 'ㅅ‘이, 뒷면지에는 웃음 띤 표정의 ‘ㅅ’이 채워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 속 아이의 감정 변화를 그림책 앞뒤 면지에 남겨놓았다고 할 수 있죠.



속표지를 넘기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햝아먹는 아이가 “이상해…”라며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읍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 갑자기 모든 것이 ‘시시해’졌다고 이야기해요. 평소에 좋아하던 기차, 자동차, 블럭, 게임기, 물총이랑 장난감, 막대 사탕, 공, 공룡과 씽씽이까지도 모두 시시해졌답니다. 시시하다고 이야기하며 코를 파고 있는 이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실적이라 ‘풉’하고 웃음이 나왔어요.



뭘 해도 마음이 ‘싱숭해’진 아이는 자신의 마음이 왜 이렇게 된 건지 그 이유를 따져보게 됩니다. 왼쪽 페이지에는 아이의 행동, 오른쪽에는 그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단어 배치가 계속 반복되는데, 그 단어들은 초성 ‘ㅅㅅㅎ’의 변형입니다. 반복되는 'ㅅㅅㅎ' 단어들에 감흥ㅇ 떨어질 무렵 , 김지영 작가는 보란 듯이 ‘ㅅㅅ’을 회전시키고 자음을 겹치기도 하면서 독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합니다. 매달 진행하는 그림책 소모임에 이 책을 소개해드렸는데, 함께 읽었던 분들이 그러시더라구요. ‘이 작가님, 천재 아니야?!’라고요. ‘ㅅㅅㅎ’ 자음을 각기 다른 글자 변형시키고, 이미지와 연결해 시각화 하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다음 장엔 어떤 'ㅅㅅㅎ' 단어가 등장할까 상상하는 재미를 아이들과 함께 누릴 수 있어요.


홍익대 판화가를 졸업한 김지영 작가는 이 작품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판화 소스를 찍어 콜라주 작업으로 완성했고, 사용한 색도 형광핑크, 형광주황, 파랑색으로만 채웠습니다. 단순한 형태의 이미지와 최소한의 색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만든 것인데요, <내 마음 ㅅㅅㅎ> 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님의 두 딸 덕분이었답니다. 아이들이 3~4살 무렵 한동안 달고 살던 ‘시시해’, ‘심심해’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데요. 초성만 따서 ‘ㅅㅅㅎ’을 반복해보니 재미있었고 그 아이디어를 모아 2019년 첫 더미가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님의 육아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신선하고 참신한 <내 마음 ㅅㅅㅎ>. 모든 게 다 시시했던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읽고 회복하는 과정을 마주하다보면, 우리 아이도 읽어주는 어른들도 스스로 ‘마음 챙김’이 될 것 같은 그런 그림책이랍니다. 그리고 이런 재미난 그림책을 만드는 우리 작가님들이 계속 나온다면 이 책의 표지색처럼 '우리 그림책 시장의 미래도 핑크빛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그림책을 발굴하고 출간해준 사계절 출판사에도 감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본 서평글은 사게절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이벤트에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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