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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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전, 나는 시.알.못.(시를 알지 못하는 사람)임을 밝힌다. 시는 학창시절 입시용 문학작품을 읽었던 것이 대부분이고, 시보다는 유행가 가사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렇게 시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내가 올 초, 작은 책방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매일 시 한편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일 읽은 시 중에서의 인상에 남은 시구를 인증하고 있는데, 덕분에 자발적으로 시를 찾아 읽고 있다.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해 시어의 뜻과 의미하는 바를 외우고 정답을 찾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내 마음을 울리는 시를 찾아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성취감도 있고 사물을 색다른 각도로 보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으니까.

‘메리 올리버’도 그 덕에 새롭게 알게 된 시인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기러기>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졌고, 지금은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이 2009년 부통령 시절, 9.11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이 시를 낭독했다고 하는데, 이 시의 첫 부분은 내 마음에 깊게 와서 박혔다.



메리 올리버(Mary Oliver)는 14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등을 받았고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이름을 올린 꽤 유명한 시인이다. 2019년 여든 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연에서 찾은 영감을 빛나는 언어로 노래해 '자연주의 작가'라 불렸던 그녀는 자신의 반려견 이야기를 시집으로 남겼다. 원서인 <DOG SONGS>은 2013년에 발표되었고 국내에는 2021년 <개를 위한 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서른 다섯 편의 시와 한편의 산문이 실린 <개를 위한 노래>는 메리 올리비 곁을 함께 한 ‘새하얀 눈을 즐기던 베어, 페차장에서 태어난 루크, 빗자루와 불쏘시개를 보면 과거의 삶을 떠올리며 도망가는 벤저민, 조그만 검정개 바주기, 시인의 이름을 딴 퍼시, 퍼시의 친구 리키’ 등 여러 반려견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나의 반려동물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메리 올리버의 시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반려견들은 단순히 집을 지키는 '개'가 아니다. 그들은 인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자연을 함께 누리는 동반자이고 찰나의 교훈에 눈 뜰 수 있게 도와준 안내자들이었다.



<개를 위한 노래> 속 제이미 올리버의 시어들은 현실적이고 담백하다. 과한 미사어구 대신 그녀가 반려견들과 주고 받은 대화, 교감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를 노래함으로써 반려견과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메리 올리버의 시와 함께 <개를 위한 노래> 속 일러스트에도 눈길이 간다. 뒤돌아 앉아 "난 언제나 당신을 생각한다”고 수줍은 고백을 하는 개가 표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일러스트레이터 존 버고인(John Burgoyne)이 가느다란 펜 선으로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털 한올 한올을 섬세히 표현한 사실적인 개들의 모습은 메리 올리버의 <개를 위한 노래>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한다.



한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로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양육가구 가운데 반려견을 키우는 양육가구는 80.7%를 라고 한다.

반려가구가 꾸준히 늘고,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휴가철마다 물건처럼 버려지고 있는 반려동물들도 여전히 많다. 그래서 동물을 키우는 모든 반려가구에서 이 책 <개를 위한 노래>를 '필독서로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에게 끝없는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는 반려견들의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다보면 우리 인간들도 더 이상의 '배신'은 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시인와 반려견의 이야기가 담긴 <개를 위한 노래>를 읽으며, 당신도 당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더 깊이, 더 오래 교감하는 그런 일상을 누리길 바란다.

* 본 서평글은 미디어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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