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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없는 호랑이 ㅣ 불의여우 그림책
제이미 윗브레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불의여우 / 2020년 8월
평점 :
코로나19시대, 언택트로 진행되는 작가님들과 출판사의 ‘라이브방송’에 동참하고 싶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은 별세계에 사는 것 같았어요. 잘 입고, 잘 먹고, 멋진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평화로운 모습만 있고, 고민이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멋진 사진과 글들을 보다보면 ‘나만 이렇게 사는 건가?’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누리지 못한 것들만 보여요.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듭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그림책, <줄무늬 없는 호랑이> 속 주인공도 박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유가 제목에 드러나 있죠? 호랑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호피무늬를 갖지 못한 채 태어났거든요. 줄무늬 없는 호랑이는 자신의 줄무늬를 찾아 나섭니다. 노력하면 줄무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죠.

줄무늬를 찾아 나선 길은 고난의 연속입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고스란히 보여주지요. 과연 ‘줄무늬 없는’ 호랑이는 ‘줄무늬’를 얻었을까요? 자신의 질문에 어떤 답을 찾았을까요?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책읽어주기를 잠시 멈춰야 했답니다. 줄무늬 없는 호랑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었거든요. 하늘을 향해 따져 묻는 모습에 제가 겹쳐 보였어요. 왜 내게는 남들이 가진 그 재능이 없는지, 왜 나는 남들처럼 안 되는 건지, 왜 나만 이렇게 부족한 건지... 남들과 비교하며 호랑이가 하늘을 향해 외쳤던 “도대체 왜죠?”라는 질문을 저도 늘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평을 쓰기 위해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는 ‘줄무늬 없는 호랑이’가 왜 나와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며 박탈감을 느낀 것은 똑같았는데, 줄무늬 없는 호랑이는 왜 나와 다른 답을 얻게 되었을까?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찬찬히 책을 다시 읽었고, 그 답을 책 속에서 발견해냈어요.

종족과는 다르게 생긴 ‘줄무늬 없는’ 호랑이가 태어났는데 엄마 호랑이도, 아빠 호랑이도 오빠 호랑이도 덤덤하게 말합니다. “신경 쓸 것 없단다.”, “아무렴 어때”라고요. ‘줄무늬 없는’호랑이는 그녀의 부모님과 오빠들로부터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그녀 자신도 그렇게 자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힘을 키웠던 거죠.
자기수용력,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어느 정도 의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그 도가 지나쳐서 자신은 잊고 남들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줄무늬 없는 호랑이도 다른 호랑이들의 놀림에 주눅 들고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끝내 답을 얻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믿고 기다려준 가족들 덕분은 아니었을까요? 한 아이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끝없는 지지와 격려,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한결같은 마음일 테니까요. 줄무늬 없는 호랑이에게 그녀의 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은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이다."
칼 구스타프 융이 남긴 말인데요, 내 아이가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자기수용력'이 큰 사람으로 커 나가길 바라는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 <줄무늬 없는 호랑이>를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분명 여러분이 찾던 그 답을 그림책 속에서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불의여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좋은 그림책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제이포럼 관계자분들과
불의 여우 출판사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