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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섬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이진 지음, 한병호 그림 / 보림 / 2020년 5월
평점 :
코로나19로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는 즐거움을 잃어버렸죠. 격주, 혹은 격일로 등교하며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학업방식이 등장했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의 단축 등으로 교실에서 또래 친구과 대면해서 이야기 하고 노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소풍이나 체험학습, 수학 여행 등 단체로 움직이는 공동체험학습은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됐으며, 마스크를 쓴 채 수업 일수만 채우고 있습니다. (아! 여름방학 일수도... 줄었군요...)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가 요즘 같은 시기에 더욱 더 크게 와 닿는 건 우리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우리 때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해드릴 <엄마의 섬>은 우리가 잃어버린 그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출판사의 소개 글에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 이들을 토닥이는 엄마의 자장가 같은 그림책"이라는 글이 적혀 있지만 저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코로나19시대에 엄마가 전하는 아름다운 판타지 같은 이야기라고요. 이 그림책을 통해 위로를 얻고 그때 그 시절을 다시 꿈꾸게 되거든요.
책 제목에 '섬'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섬'하면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이 책을 펼쳐보기 전에 그림책에 등장하는 섬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유애로 작가님의 <안녕 꼬마섬>에서 호기심 많은 꼬마섬이 바다 저편이 궁금했던 것처럼 섬은 (뭍에 사는)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 새로운 환경으로 다가오죠.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벨의 섬>에 등장하는 섬은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고립된 채 모험을 펼치는 장소로 등장했고, 아민 그레더의 <섬>에서는 섬주민들이 그랬듯 경계심으로 이방인를 배척하고 선을 긋는 고립된 ‘섬’의 이미지도 떠오릅니다.
하지만 오늘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섬은 엄마의 어린 시절과 추억이 담겨 있겨 있는 포근하고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하죠.
실제로 글을 쓰신 이진 작가는 남해의 섬 나로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11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뭍으로 이주했지만, 늘 섬을 그리워했고, 몇 해 전 제주로 이주해 다시 섬사람이 되었다고 해요. 제주에 정착해 노란우산 그림책 책방을 열고, 박연철 작가님께 thebook 그림책작가 과정을 듣고 어린 시절 섬 생활을 기억하며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해요.
먼 바다에 해가 떠올라 섬이 깨어나는 순간부터 별들이 하나 둘 내려와 섬이 잠드는 순간까지... 살아 숨 쉬는 섬의 24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섬이 주었던 것들을 기억하며 글을 쓰셨대요. 글을 읽으면서 뭔가 아련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었는데, 작가님이 글을 쓰실 때의 그 마음이 글에도 배었나봅니다.
그림 역시 글과 멋지게 어울러져 한동안 방콕으로 바다보기 어려웠던 제게 원 없이 바다를 느끼게 해줬어요. 우리에겐 ‘도깨비를 사랑한 작가’로 널리 알려진 한병호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셨어요. 30년 넘게 작가 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이번 작업과정은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는대요, 현장답사도 다녀오시고, 수도 없이 그리고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요. 그 고민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이 탄생한거겠지요?!
한병호 작가님은 글자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함축적인 이미지와 독특한 색채로 시시각각 변하는 섬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빛과 함께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표현했던 것처럼, 시각에 따라 하늘과 바다, 섬의 색은 변화합니다. 면지의 바다와 하늘, 첫 장면에 해가 떠오를 때의 바다와 하늘색만 봐도 이 점은 확연하게 나타나답니다. 아이들에게 하늘과 바다를 그려보라고 하면 천편일률적으로 파란 색을 칠하곤 하는데, 바다 위로 햇빛이 반짝일 때의 바다색과 나른한 오후 햇살이 비칠 때의 바다색이 얼마나 다른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섬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다채롭게 표현될 수 있는지, 마치 입체파 화가 피카소가 그러했던 것처럼 작가는 섬을 다양하게 재구성합니다.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와 바다의 새 갈매기, 섬 사람들로 가득찬 섬의 이미지와 고불고불 좁은 골목길로 형상화된 섬, 별들이 내려와 잠드는 섬까지, 하나의 섬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코로나19로 국내 여행지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환상의 섬(!) 제주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 하죠? 마음의 안식을 위해, 재충전을 위해 섬이나 바다로 휴가 떠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혹 올 여름 휴가 계획이 없으시거나 바다가 그리운 분들이 계시다면 <엄마의 섬>으로 대신 힐링하셨으면 해요. 우리가 누렸던 그 바다가, 아름다웠던 그 이야기가 그림책에 담겨 있거든요.
아름다운 추억을 글로 나누어주신 이진 작가님과
멋진 그림으로 눈호강 시켜주신 한병호 작가님,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그림책을 세상에 내어주신 보림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서평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