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죄가 없다 - 우리가 오해한 신화 속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
나탈리 헤인즈 지음,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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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여성들이 어떻게 바보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날카롭고 유쾌한 고찰

(표지)

판도라는 그 이름만으로 마치 브랜드 네임같은 이미지가 있다. 판도라와 상자가 함께 묶여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이야기 때문이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자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신들의 불을 훔쳐서 인간들에게 주자 제우스는 인간들에게 불의 축복과 맞먹는 불행을 주기로 하고 헤파이토스에게 흙으로 여자를 만들고 신들에게 선물을 받는다. 그 선물이 들어있는 상자가 판도라의 상자다. 판도라가 호기심을 못이겨 상자를 열었고 이후 세상은 어떻게 되었더라는 이야기로 번역된 책을 읽었었다.

초등학교때 읽었던 이야기인데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이유는, 책에서 읽은 판도라의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판도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려 했기에 세상에 악이 나왔다는 스토리는 당시 남동생을 편애하시던 할머니로 인해 마음이 상했을때라 판도라의 어리석은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같은 여성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었다. 여성과 어리석음은 같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은 다양한 이야기의 소스가 되어 재생산 되기에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다. 특히나 학습만화로 출간되었을때 그 인기가 대단했는데, 집에 그리스 로마 신화 학습만화책이 한권쯤은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는 우리 안으로 성큼 들어온것 같다. 그런데, 청소년이 되어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또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매우 단순한 인간관계 처럼 보였던 신화가 다양한 여러 버전의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어떤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 재미있는 전설의 고향같은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신화는 교훈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었고, 재미만으로 보기에는 이야기에 담고 있는 것들이 가볍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판도라는 주신이 제우스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여자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판도라가 움직여 상자를 열었고 그 이후는 여러 버전에 따라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나, 판도라 때문에 세상 살이가 힘들어졌다는 줄기는 같다. 그런데, 신화속에는 판도라가 만들어진 것은 어떤 의도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도 우리는 판도라의 어리석움을 탓하며 마치 교훈처럼 여기기도 한다. 이것은 어떻게 된걸까? <판도라는 죄가 없다>를 읽으며 의문이 풀렸다.

신화가 등장하는 그리스에서 여성이란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스 문법에서조차 '아테네의 남자들'이라는 단어는 있으나 '아테네의 여성들'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을 말하며 그것은 여성을 대하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를 엿보게 한다. 지금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과 전시물들 그리고 여러 도서 속에서 찾은 단서들로 설명하는 신화속의 내용은 우리가 얼마나 한쪽면만 보고 있었는지를 알게 한다. 아무리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지만, 신화 속에 표현되는 여성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써낸 남자들의 관점에 영향을 받았고 그런 시대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판도라 뿐만 아니라 비극의 여인 이오카스테,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 분란의 씨앗이 되는 아름다운 헬레네, 머리카락이 뱀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 괴물 메두사, 남성들과 동등하게 여겨졌던 아마존 전사들 외에도 신화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을 수 있도록 다양한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여성들 중에서 최고의 여성 히어로인 영화속 원더우먼과 판도라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전쟁의 신 아레스는 아마존 종족의 아버지로 신화속에서는 등장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절대 악으로 나온다. 과거에도 그랬겠지만, 현대의 전쟁은 그 파괴력이 상상을 못할 정도 이기에 영화속의 절대악으로 표현된 것이 이해가 된다. 아마존은 전쟁을 무서워하지 않는 전사로 표현되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전쟁을 막으려는 수호자로 표현된다. 두 이야기가 보이는 간극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의 현재 우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이야기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씨각으로 재해석 해야 되는 시기인것 같다.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그림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신화 속의 여성들을 다시 만나 새로운 만남을 갖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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