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사회 - 한국인은 지금 어떤 마음이 고픈가 아케이드 프로젝트 Arcade Project 2
주창윤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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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케이드프레젝트로 논문을 단행본 교양서로 펴낸 시리즈이다.편집부의 말처럼 한 주제로 깊이있게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어 대중에게 소개 될 기회가 없는 논문들을 저자와 대중이 조금씩 양보한 수준에 맞추어 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제목처럼 '허기사회'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적 또는 정서적 상황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말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관계적 과잉과 결핍으로 인한 정서적 허기를 끊임없이 느끼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소셜 네트워크로 인한 가볍고 양적인 관계들의 과잉,가상의 관계 속에서의 불안감으로 인한 관계적인 결핍들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더하는바닷물처럼 우리에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더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허기진 문화를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하나는 퇴행적 위로,둘은 나르시시즘의 과잉,셋은 속물성에 대한 분노이다.많은 사람들이 영화'써니',건축학 개론,응답하라 1997에 열광했던 것 같다.그리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영화 '도둑들',애니팡 등의 가볍고 재미를 추구하는 스낵 컬처의 유행들 모두 각 세대에 맞는 허기진 정서를 채우기 위한 퇴행의 한 단면들이라고 한다.사이버 테러 역시 욕망대상에 대한 부러움이 왜곡된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며, 슈퍼스타 K 역시  이상적 자아에 대한 자기 동일시라는 인어 콤플렉스에 이르는 나르시시즘 과잉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친구와 같이 있으면서도 각각 온라인을 통해 끊임없이 누군가와 대화하고 상대방의 반응 역시 즉각적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들과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사고 없이 일회적이고 가벼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나아가 잔인한 폭력성을 죄의식 없이 휘두르는 우리의 깊은 곳에 있는 허기진 감정들을 저자는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현상이나 사회현상들을 통해 그 원인들을 잘 분석해 주고 있다. 이러한 허기진 감정들 때문에 우리가 타인에게 여유롭지 못하고 때론 공격적으로 자신의 감정들을 분출함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던 것 같다. 저자가 제시한 허기짐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눈부처'라는 말 역시 결핍으로 인한 또는 과잉으로 인한 허기짐들이 우리 서로에게 있어 나와 타인이 동일 시 될 때 비로소 우리 모두에게 여유롭고 조금은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어쩌면 막연히 무엇인가 허전했던 공허한 감정들을 '정서적 허기짐'으로 표현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지금까지 허기짐이란 것은 배고픔과만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었기에.또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문화적 현상들이 공유된 개인감정들의 결과물이라는 사실과 이런 막연한 허기짐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어쩌면 가볍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조금은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겠지만 문화현상들을 통해 우리의 공유된 정서들을 볼 수 있을 것이고,  평상시에 막연히 느꼈던 우울하고 허전한 감정들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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