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 - 경제학자들이 말하지 않는 시장의 진실
이용범 지음 / 유리창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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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다만 다른 동물에 비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긴 하지만 은밀히 따지고 보면 '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심리들은  가장 기초적인 생존이나 생식만을 위한 뇌구조를 가진 파충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수 있다.


  400여 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고 단순히 경제현상들만 다룬 것이 아니라 심리학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나, 우리 스스로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기위한  뇌의 활동이나, 소비를 하면서 행해지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심리적 현상들과 때론 철학까지 논하고 있어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고 어렵긴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생각없이 행했던 소비패턴이나 행위들의 결과물이 고도의 전략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고 우리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 현명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야마모토 미토시'의 말처럼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한 합리화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자  조금은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대형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기농 채소와 일반 채소를 다른 진열대에서 진열하는 행위나 낱개로 판매하는 것은 가격비교와 가격에 민감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핵심상품과 '원 플러스 원' 제품을 같이 진열해 놓는 것 역시 핵심 상품 또한 싸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란다. 


  심리학에서 말하고 있는 자신의 확신을 강화하기 위해서 선택에 유리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려는 '확증 편향'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한다.이 점 역시 이성적으로 아닌 것을 알면서도 감정적으로 끌려가고 믿는 일이 우리의 일상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날 때가 많은 것 같다.또한 자신의 기대대로 성공했을 때는  자신의 능력으로 생각하고 실패했을 때는 외부원인으로 돌리는 '자기귀인 편향',자신의 행동에 대해선 상황적 이유를, 타인의 행동에 대해선 개인적 이유를 들이대는 것이나,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로 소비할때는 지출한 돈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것 역시 우리 마음속에 별도의 계정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누군가가 당신은 합리적입니까? 비합리적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합리적인 편이라고 대답할 것이고 나 역시 비합리적일 때보다는 합리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부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보다는 단순하고 편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는 우리 속에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생존의 본능에 충실하게 길들여졌던 R-복합체라고 불리는 파충류의 뇌가  삶의 많은 부분들을 지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그러나 좀 더 인간적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부분들을 인정하고 인식하면서 좀 더 깊은 숙고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통해 합리화하는 존재가 아닌 합리적인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경제 현상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들을 통해 심리학,뇌과학,철학까지 연관지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두루 맛 볼 수 있어 인상적이였던 것 같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나 역시 지출이나 소비를 무작정 줄이려고만 했었는데 거창하게 케인즈의 '유동성 함정'을 들지 않더라고 현명한 지출과 소비는 우리 스스로에게 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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