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그들처럼 - 열한 번 치명적 사랑의 기억들과 만나다
박애희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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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의 책을 제공받고 작성된 글입니다.  


 누구나 이 책을 본다면 '사랑'이 영원한 테마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공감할 것 같다. KBS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에 소개된 사랑 이야기 중 11쌍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무엇보다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라 더 애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인생의 밝음만큼이나 어둡고 쓸쓸한 면을 이해하는 사람,'그래서'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 고귀한사람,p200


  영국의 대표시인 로버트 브라우닝과 열다섯 살 때 척추를 다쳐 불구가 된 시인 엘리자베스배릿 브라우닝, 그들의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해 놓은 것 같다.요즘처럼 사랑에서조차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장점이 아닌 단점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처음에 사랑할 때에는 모든 것이 매력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 사랑이 식어버리고 그 사람을 세세히 알게되면 소위 콩깍지가 벗겨지고 아름다움 면보다는 추한 면이 눈에 들어와 실망하게 되고 철저한 이성에 따라 이별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대책없는 말인 것 같다.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란 쉽지 않기에 더 귀하고 비현실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애초에 사랑 보다는 그 사람의 배경이나 조건에 맞추어 만나는 계산적인 사랑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현명하게 느껴지는 지금에 생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러므로 더 공감하고 싶어진다.


  시간에 빛바래고 깎이며 둥글어진 오묘한 감정,뜨거운 햇빛 아래 아름답게 빛나던 그의 피부에 깊게 패인 주름을 가만히 보듬고 싶은 뭉근한 애정,부쩍 느려진 상대의 걸음에 자신의 한쪽 팔을 빌려주는 속 깊은 배려,웅크려 잠든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는 애잔한 연민p236


 오래된 부부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뜨거운 열정에 들뜬 사랑이 아니라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지고 그사람에게 실망하고 화가나는 단계를 지나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한 '동지애' 같은 감정. 언제부터인가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남편에게서 아저씨 냄새가 물씬 날때 실망스럽고 눈에 거슬렸던 때가 있었다. 외면하고 싶고 외면했던 그 때를 생각해 보면 남편 역시 나란 존재는 여자이기보다는 볼썽사나운 아줌마에 불과했을텐데 그나마 성격이 무던한 남편이라 내색을 안하고 살았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 이런 시간이 지난 뒤 언제부터인가 남편의 볼록나온 배와 이마에 패인 주름조차 보기싫다는 감정보다는 고단한 삶의 흔적으로 안스러움이 느껴졌을 때 당황스러워했던 내가 떠올랐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남편과 열심히 사랑했던 순간들과 감정들이 떠올라 다시 사랑에 빠진 듯한 착각에 빠졌다. 살아보니 역시 결혼은 '사랑보다는 조건'이라는 것을 되새김질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냉각기나 권태기에 빠진 부부가 읽는다면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되살아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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