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므로 잠시나마 ‘멈춤’이라는 시간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책이다. 책 중간 중간에 그려져 있는 우창헌님의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한 그림들은 활자의 피로를 풀어주고 혜민스님의 현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같다.


나는 온화한 훈풍처럼 생명의 기운을 돋우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

하나의 영혼이 다른 영혼에 불을 붙어줄 수 있다면,

어둠과 추위에 맞서 싸우는 한 인간이

한 조각 불을 밝히고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나도 또한 그렇게 하고 싶다. -우창헌-

 

  한줄 한줄 이 책을 따라가는 동안 내가 잠시 ‘삼림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착각 속에 빠졌다. 자연과 벗하면서 자연을 감상하고 서로 어우러져 숨 쉬고 있는 자연의 섭리를 보면서 마음에 평안과 타인과의 어우러짐을 생각하게 되듯 저자의 글도 나, 타인, 인생에 대해서 객관화 할 수 있는 시각과 그로 인해 찾아오는 평온들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혜민스님은 8강(휴식,관계,미래,인생,사랑,수행,열정,종교)을 통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 타인,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들을 예로 들어 부드럽고 따뜻하게 토닥여주기도 하고 때론 우리네 밑바닥의 더러운 내면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질타하고 있다.

  미래의 장에서 ‘삶은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벌이는 장기 레이스이다’라는 문장에서 늘 남을 의식하고 비교하면서 그로 인해 힘겨워하면 살아가는 우리 삶에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만을 빛깔을 가지기를 권유하신다. 나 역시 과거나 현재의 나보다는 남들과의 비교나 경쟁으로 힘들어 하는 편이다. 저자로 인해 남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 열심히 하면 일을 즐길 수 있고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생의 장에서 미국 사람들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우리들은 그 사람을 ‘소속과 직위’라는 잣대로 재단한다는 부분에서는 우리가 학연, 혈연, 지연이라는 세 가지로 얽히고설키는 모습들이 떠올랐다. 가장 중요한 그 사람의 면면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배경을 더 중요시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우리네 편협한 시각에 일침을 가하시는 것 같았다.

  수행의 장에서 우리 마음 안에는 ‘히틀러와 테레사 수녀’가 같이 있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히틀러의 광폭함으로 또는 테레사의 숭고한 사랑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멈춤’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너무나 낯설다. 현실과는 동 떨어진 언제나 쫓기듯이 멈추면 바로 경쟁에서 인생에서 낙오될 것 같은 위기감으로 앞만 보고 달려 온 우리이기에 더욱 더. 그러나 어느 순간 찾아 온 ‘멈춤’에 또는 어쩔 수 없는 ‘멈춤’으로 인해 고통 받는 영혼들에게 나와 타인과의 관계와 그 속에 나를 돌아보고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내가 과연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들을 잔잔하고 따뜻한 눈길로 답해주고 있다.

  ‘멈춤’이란 곧 ‘내려놓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인생에 있어서 분노와 욕망들을 내려놓음으로 그 빈자리에 평온과 휴식이 찾아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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