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미가 고장 났다고? -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ㅣ 푸른 동시놀이터 104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20년 1월
평점 :

학창시절 난 이과면서도 문학을 아주 좋아했던 학생이었다. 덕분에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언어 성적도 좋았다ㅎㅎ
문학에 첫 관심을 가졌던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글을 보며 마음이 아팠던 시점이었다.
소설이 아닌 시란 장르가 주는 느낌이 매우 생경했달까? 그 이후 여러 시인들을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행복은 지속되었다.
그래서 아이도 지식이 가득한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생각의 여운이 긴 문학류를 많이 읽었음 했다. 특히나 어린 시절엔 동시를~~~~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도대체 어린이들 글을 쓰는 작가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사는 분들일까?
어떻게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 이해를 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쓰는지 너무나 신기하기만 했다.
특히나 아이를 키우며 접하는 동시나 동화들을 읽다보면 그 시선에, 그 어휘에 감동의 물결이~~~^^
책을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엘라는 자연스레 책을 친구삼아 컸다.
최근엔 역사책을 보며 일제 강점기에 흥미를 느껴 인물들을 살펴보다 "이상, 윤동주" 에 유독 관심을 보였다. 그들의 언어에 재미를 느끼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며 신기했다. 아직 어리다 생각했는데 시를 읽을 때 느끼는 나의 감정을 아이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음을 알게된 것이다.
시란 참 재밌는 장르다. 아이의 상상과 감수성을 더욱 증폭시켜주는 감사한 존재!
아이와 대화를 나눌 고마운 존재가 하나 또 생겼다. 더불어 욕심을 내보자면 지속적으로 문학을 사랑했음 한다.
<푸른 동시놀이터> 시리즈는 우리 모녀에게 익숙하다. 엄마의 선택으로 들인 윤동주 동시집 <별을 사랑하느 아이들아>, 정지용 동시집 <별똥 떨어진 곳>, 노원호 동시집 <작은 행복>, 정두리 동시집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 은 엘라도 여러차례 읽어보았다. 이번에 만난 책은 [매미가 고장 났다고?] 란 동시집으로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이다. 엘라는 제목을 보더니 " 매미가 고장났다고요? 로봇인가? 아니면 어디 아픈가요?" 라며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매미가 고장 났다고?] 는 <푸른 동시놀이터> 블로그에 실린 38명의 기성 시인들의 신작동시와 5명의 새로운 시인들의 추천작이 함께 모여 100편에 가까운 동시들이 수록된 책이다. 동시집 한권에 신선하고 재미있는 동시가 100편씩이나! 두껍기도 하고 그림도 좀 덜 들어가 있어 엘라가 잘 볼까 싶었는데 오히려 간결한 느낌이 좋았던 걸까 책장을 넘기며 본인의 마음이 닿는 곳에서 한참을 읽어내려갔다.
특히 엘라가 좋아한 시 몇 편을 소개하자면,

하늘나라로 간 솜사탕 할아버지 - 권영세
가족이나 주변인들의 부재에 대해 마음아팠던 기억이 있는 엘라는 본인의 외할아버지랑 솜사탕 할아버지랑 하늘에서 만나셨을 거란다.

못생긴 감자 - 김혜태
읽는 내내 웃느라^^

하느님은 통화 중인가 봐요 - 송명숙
엘라도 나쁜 생각하고 나쁜 말 한적있다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반성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게다 감정입되어 눈물을 보이기까지.....

매미가 고장 낫따고? - 신형건
"엄마 이렇게 긴 것도 시에요?" 라며, 책을 읽기 전 자신의 생각과 어찌 다른지 확인하고는 우는건 매미가 고장난거 아니라고 우긴다ㅎㅎㅎ

준비하는 시간 - 조강은미
본인은 무섭지 않다며 씩씩하다고 셀프칭찬을~

남평역 - 김영식
엘라도 다녀온 곳이라며 기억을 꺼내 추억할 수 있었던 시. 마치 동화 한편을 읽는 느낌의 아주 위트 있는 시였다.
동시를 읽으며 조금 더 여유있게 아이를 바라보지 못했음에 울컥하고 사소한 일상에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마치 나도 동심으로 돌아간것 마냥 순수한 마음으로 동시를 읽으며 미소짓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마치 엘라가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엘라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 따스한 시간였다.
게다 내년 입학을 앞두고 아이가 겪고 있는 내면의 갈등에 대해 다시금 대견스럽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나에겐 어렵지 않은 익숙함이지만 아이에겐 서툴고 어리숙하기만한 일들 속에서 보이는 고심하는 초집중한 모습에 감동스럽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 미디어와 과도한 학습으로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빼앗기고 있는데 따스한 마음 가득한 동시 한 편을 통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다움을 느껴보았음 좋겠다. 책을 사랑하는 엘라에게 다시금 감사한 시간이었다.